"행복은 물질적인 것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려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 오늘도 작은 것과 적은 것에 감사하며 만족하는 하루 보내세요." 지난 5일 오전10시. 지하철 5호선 차량 내에 기관사의 따뜻한 음성이 울려 퍼진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시철도공사 개화산 승무관리소에 근무하는 지하철 5호선 기관사 이동진(38)씨. 그의 방송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자 꾸벅꾸벅 졸던 승객들이 하나 둘 잠을 깨고 굳어져 있던 승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하루 8차례 전동차 운전을 하는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운전 중에 틈틈이 '지하철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 내용은 다양하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선발과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획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등 승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식이면 모두 방송 소재가 된다. 그는 출근 시간에는 주로 활기찬 소식을 전하고 주부나 노인이 많은 낮 시간대에는 가족과 관련된 훈훈한 이야기를 방송한다. 또 퇴근시간 무렵에는 직장인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내용을 전한다. 정차역 등 주요 정보만을 알려주는 딱딱한 기계음 대신 '사람의 냄새'를 전하는 게 이씨의 목표. 그는 "경제적으로 힘이 들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승객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며 "요새는 책이나 신문에서 좋은 문구가 있으면 메모를 하고 여가 시간을 쪼개 방송 대본을 작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이씨의 방송을 들었다는 조영애(47)씨는 "신문을 보다가 잠시 눈을 감고 방송을 들었는데 마음이 푸근해지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