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노조 35년 만에 총파업 초읽기

■ 미 재정절벽에 '컨테이너 절벽' 우려까지
동부·멕시코만 수출입 올스톱 위기


미국 정치권의 재정절벽(정부 재정지출의 갑작스런 중단이나 급감에 따른 경제충격) 협상이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미국 전체 수출입 화물의 40%를 차지하는 동부 지역과 멕시코만 항만노조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정절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말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미국경제의 위태로운 회복세가 내년에 다시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몇달 동안 동부ㆍ멕시코만의 1만4,500만 항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국제항만노조(ILA)와 고용주 단체인 항만운영협회(USMX)가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증진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특히 노동자들이 처리한 화물당 추가 수당을 받는 제도를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주 측은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ILA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협상마감 시한인 29일(현지시간)까지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당장 30일부터 미 북동부 메인주부터 남부 텍사스주에 이르는 15개 항만노조가 1977년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한다.

정치권의 중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의 릭 스콧 플로리다주지사는 20일 지역경제 피해를 우려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동자들의 파업을 제한하는 법인 '태프트하틀리법'을 발동해 파업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를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미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회사인 트랜스플레이스의 실라 휴이트 부회장은 "(파업이 발생하면) 무역이 중단되고 소매판매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너선 골드 전미소매협회(NRF) 부회장도 이를 재정절벽에 빗대 "'컨테이너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파업의 영향은 즉각 모두에게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2년 서부지역 항만들이 11일 동안 파업했을 당시 하루 10억달러의 경제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이 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한다. 또 밀린 화물수송을 마무리하고 업무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

또 다른 미국경제의 위협요인인 재정절벽 역시 미국 정치권의 분주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돌파구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일단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ㆍ공화 양당 지도부는 막판 대타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백악관에서 양당 대표들과 만나 재정절벽 협상을 계속할 계획이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당 의원들에게 재정절벽 문제해결을 위해 30일 의회에 출석하라고 요구했으며 내년 1월2일까지 회기를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7일 WSJ에 따르면 민주당은 고소득자 증세기준을 50만달러로 하는 '플랜 C'를 검토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증세기준 25만달러'라는 기존의 협상안을 통과시켜 당장의 재정절벽 충격을 피한 뒤 부채상한 상향조정과 재정지출 감축협상은 차후에 진행한다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WSJ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하고 불신이 강해 연내 협상타결이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재정절벽 타결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12월 소비자기신뢰지수가 65.1로 지난달의 71.5(수정치)보다 떨어졌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70.0를 밑도는 것으로 8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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