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미니홈피·e메일·카카오톡 계정 등을 '디지털 유산'으로 인정하고 운영·이용자가 생전에 상속 여부 및 상속인·승계자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모양이다. 세월호 참사로 자녀 등을 잃은 유족이 디지털 유산승계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또 한번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관련법령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4년 이라크 파병 전사자의 아버지가 아들을 추억하고 싶다며 포털 업체에 e메일 계정 ID·비밀번호 공개를 요청했다가 "프라이버시 정책에 반한다"며 거절당하자 소송을 내 e메일 내용 등만 받은 전례가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은 지난해 4월 G메일·유튜브 등의 계정을 일정 기간 이용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한 가족·친구 등에게 승계 또는 삭제권을 주는 휴면계정관리 서비스에 들어갔다. 국내에는 아직 이를 규율하는 법안이나 판례가 없다. 현행 법령과 포털 업체 등의 약관도 ID·비밀번호를 제3자에게 양도·상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행히 국회에서 김장실·손인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보법' 개정안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있고 대법원도 디지털 유산과 관련한 소송이 들어올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연구에 착수했다. 유족이 고인의 계정에 직접 들어가 확인할 수는 없더라도 내용물이 담긴 CD 등을 받을 권리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데까지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블로그·e메일·카톡 등의 운영·이용자가 미리 디지털 유산 상속 여부와 상속인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수집한 개인정보도 서비스 이용자가 생전에 미리 파기 등 처리 방법을 지정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