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지역사회와의 교감을 위해 담 같은 `외벽'은 허물고 있는 반면 도난사건 등을 우려해 새 건물에 출입 통제장치를 설치하는 등`내벽'은 올리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15일 시내 각 대학에 따르면 한국외대와 중앙대, 서울대 의대, 고려대 등은 지난해 `대학 담 허물기 사업'을 시작해 외벽을 허물고 그 장소에 휴식공간과 산책로를 조성, 인근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시와 `대학 담장허물기 운동'에 나선 한국외대는 캠퍼스 외곽을 에워싼 담 730m를 허물고, 그 자리에 수목 1만4천977그루를 심어 휴식공간을 만들어 저녁시간 등에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 대학은 지역 사회와 경계를 허무는 노력의 일환으로 4월께 인근 주민들과 다채로운 이벤트도 준비중이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고려대도 지난해 9월 캠퍼스 외곽의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및 철제 방음벽을 없애는 대신 왕벚나무 44종 5만그루를 심었다.
인근 개운산길(3.6㎞) 등에 산책로를 만들고, 담 주변 공터 3곳에는 사각 정자와 벤치 등을 설치해 공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학 관계자는 "학교 담이 있으면 인근 주민들이 `나는 이 학교 안 다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거렸는데 이젠 공원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주민들이 학교를 더 가깝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내년까지 추진하는 `대학 담장허물기 사업'을 통해 올해 담장을 허물겠다고 신청한 대학도 연세대와 숙명여대ㆍ한신대ㆍ고려대 병설 보건대를 비롯, 모두 15개 대학에 달해 대학과 지역 사회의 경계는 계속 허물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대학 외벽이 허물어지는 것과 달리 기숙사나 도서관 등 대학 내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아 건물내 외부인 입ㆍ출입 통제로 대학 `내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학기부터 학내에 새 통합방범시스템을 구축한 숙명여대는 일과시간에는 모든 건물이 개방되지만 방범이 취약한 밤과 휴일에는 입ㆍ출입 카드를 가진 직원이나 학생들만 건물에 드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밤 늦게 외부 불청객의 갑작스런 `방문'을 걱정하지 않아도된다고 반기고 있다. 최근 기숙사에서 도난을 우려해 PC 반입을 금지했다가 해제한 것처럼 도난 사건의 우려도 줄었다는 것.
서울대도 한때 도서관 안에서 도난사건이 잇따르자 외부에 열었던 문을 닫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학생회와 학교 본부 차원에서 논의를 벌이고 있다.
대학 내 통합방법스시템을 설치중인 삼성 에스원에 따르면 캠퍼스 전체에 이 시스템을 구축한 대학은 숙명여대과 성균관대, 고려대를 비롯하여 이미 전국 60여개에 달하며 비용절감 등을 고려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