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실업자가 예상보다 늘어나는 등 경기침체의 골이 심각했기 때문이다.실업자는 줄지 않고 건강보험의 자금지원이 시급한 마당에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추경편성 시기를 놓칠 경우 하반기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추경편성규모다. 세계 잉여금만으로 충당할 것인지 적자재정을 편성할 것인지를 싸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적자재정의 경우 야당이 주장하는 재정건전화와 대립되는 것이어서 국회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추경편성론
경제여건이 갈수록 불안해지면서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긴급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추경편성 주장은 먼저 민주당에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로 인해 정권 차원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에서 경제마저 더 악화된다면 여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반기에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것이 여당과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경제간담회에서 "현상황에서는 경기 및 증시부양책을 쓸 계획이 없다"며 "앞으로 2개월여간 대내외 여건을 살펴본 뒤 오는 6월에 거시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언제, 얼마 규모로 편성되나
추경은 5월에 마련, 하반기부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진 부총리는 "상반기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하반기들어 추경과 함께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당은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다. 여당은 당정회의에서 추경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 들어서 자주하고 있다.
아직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발표도 하지 않은 3월 중 실업자 동향을 보고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12일 실업자에 대한 추경을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추경의 규모는 1조5,000억~2조원 규모가 유력하다. 부문별로는 ▦의보재정지원 7,000억~1조원 ▦실업대책 6,000억원 ▦재해예비비 4,000억원 ▦벤처지원 1,000억원 등이다.
강운태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은 "지난해 세계잉여금에서 지방교부금을 제외한 실제 사용가능한 1조5,000원의 일부를 우선적으로 실업대책에 넣을 수 있다"며 "정확한 규모는 5월말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적자 규모 가장 큰 변수
지금까지 제기돼온 추경의 가장 큰 변수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다. 정부가 발표한 국민건강보험의 올해 재정적자는 3조9,714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한다.
5월이면 자금이 바닥이 나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없으면 당장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사정이 시급하다.
정부는 5월 의보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구체적인 국고지원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약 4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느냐에 있다.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수가를 인하하는 것, 또는 재정을 통한 국고지원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수가를 내리는 것은 국민여론과 의사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얼어붙은 고용시장
3월은 실업자수가 급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겨울이 끝나면서 건설을 비롯한 일자리 창출에 유리한 각종 산업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의 실업자수는 102만8,000명으로 올 2월의 112만1,000명에 비해 10만여명이 줄었다. 그러나 이같이 3월 실업자수가 3만여명이 감소한 것에 불과한 것은 경기가 침체를 보이고 실업대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가장 큰 이유는 미일 경제의 침체로 인해 내수 경기가 아직도 침체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인 건설업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뽑기를 주저하면서 청년실업자가 크게 줄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올해만도 벌써 2차례의 실업대책을 마련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100만 실업의 원인이다.
정보통신 관련 인력의 대대적인 교육과 각종 창업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 것이다. 즉 경기하강으로 인한 실업증가를 막는 데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구동본기자
전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