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슈퍼마켓 설립 산 넘어 산

지분출자 의향서 받은 운용사 "참여 여부도 결정 안했는데 출자 금액 적어내야 할 판"
불참 운용사 상품 판매 여부 200억 자본금 분담 등도 숙제


개방형 온라인 펀드판매 채널인 '펀드슈퍼마켓' 설립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펀드슈퍼마켓 출자 여부와 성공 가능성에 대한 뚜렷한 판단도 서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출자 금액을 적어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자산운용사들에 '펀드 슈퍼마켓 지분 출자 의향서'를 발송했다. 펀드 슈퍼마켓이 운용사와 관련 기관의 컨소시엄 형태로 설립되는 만큼 '특정 회사의 지분이 5% 이상을 초과해 최대주주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 내에서 지분 참여 규모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의향서 제출 기한은 5월 말로 정했지만, 보고 단계가 여럿인 외국계를 비롯해 운용사들의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시한이 6월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

앞서 금투협은 지난 9일 60여개 자산운용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펀드 슈퍼마켓 설립을 위한 설명회에서 용역 보고서를 인용해 '초기 설립 자본금으로 2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는 150억원은 자산운용사들이, 50억원은 펀드 관련 유관기관에서 나눠 출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유관기관들의 참여 여부에 따라 운용사들의 부담 비중이 올라갈 수 있다.

운용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의향서 제출 시한이 멀지 않은 상황이지만 투자 규모에 대한 내부 판단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임원은 "사실상 금융당국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공식적으로는 자발적인 출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출자 운용사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액을 제출하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출자 규모 결정이 난항을 겪을 경우 예상되는 방법은 두가지다. 참여 운용사 확정 시 N분의 1로 동등하게 출자 규모를 나누거나 대형사ㆍ중소형사 등 그룹 단위로 묶어 협회 회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중소형운용사들이, 후자는 펀드슈퍼마켓 성공 여부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이 커지는 대형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출자 불참' 운용사 상품 판매 여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출자에 불참해도 펀드 슈퍼마켓 설립 취지에 맞게 이 운용사 상품을 지분 없이 판매대에 걸 것인지, 참여시킬 경우 출자 운용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도 설립 과정에서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와 함께 펀드슈퍼마켓 도입 초기 작업을 진행중인 금투협은 잇따라 제기되는 우려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펀드 슈퍼마켓의 애초 도입 취지 중 하나가 운용사들이 판매 채널에 휘둘리지 않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당장 돈이 된다 안된다를 두고 출자 여부를 고민하고 너무 앞선 우려를 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업계의 판매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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