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

'공동경비구역 JSA'판문점, 영상언어통해 분단상처 치유 「분단을 소재로 한 화제작을 각색한 영화, 판문점 현지촬영 불가방침으로 오픈세트 제작」 이런 배경 때문에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뿌린 박찬욱(36) 감독의 새 영화 「 공동경비구역 JSA」(명필름)가 완성됐다. 판문점에서 모든 스토리가 진행되는 점부터 예사롭지 않다. 분단의 문제를 최일선에서 정면으로 다룬 점이 여느 영화와 다르다. 비무장지대를 순찰중에 지뢰를 밟아 위기에 처한 남한의 이수혁 병장(이병헌). 이 병장은 뜻밖에 북한군의 오경필 중사(송강호)와 정우진 전사(신하균)에 의해 구조된다. 이를 계기로 세 사람과 이 병장의 동료 남성식 일병(김태우)은 절친한 사이로 지낸다. 분계선을 경계로 말을 주고받는 수준이 아니라 남쪽 병사가 수시로 분계선을 넘어 북한군 초소로 가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총격전이 벌어져 이 병장과 남 일병이 북한군 두명을본능적으로 살해하고 가까스로 복귀한다. 이후 사건 수사를 맡은 중립국 소속 소피 소령(이영애)의 활약으로 진실은 밝혀지지만 수사과정에서 서로 적군을 만났다는 약점을 숨겨주려는 남북한 병사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소피 소령은 6·25 전쟁뒤 제3국을 택한 인민군장교 출신의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위스 정보단 소속. 그녀는 분단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의 편에 서서 사건을 마무리하며 비로소 아버지와 조국을 이해하게 된다. 소피 소령은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지 않고 수사에서 손을 떼는 방법으로 남북 병사들을 보호하는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화해를 주장하는 영화를 만들어 가슴 뿌듯하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영상언어를 통해 분단의 상처 치유를 모색한다. 그렇다고 분단과 이념이라는 무거운 주제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미스터리 구조와 등장 인물들이 구사하는 간결하면서도 웃음 자아내는 대사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이 영화는 지난 97년 출간된 박상연(28)씨의 장편소설 「DMZ」가 기본 줄거리다. 신인답지않은 탄탄한 서사구조로 발표 당시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소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수사 장교가 남자(원작)에서 여자로 바뀐 것과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간간이 폭소를 유발하는 점이 다르다. 판문점에서 촬영할수 없는 사정 때문에 경기도 양수리(판문점) 와 충남 아산(돌아오지 않는 다리)에 오픈세트를 제작하는데 모두 9억원이 들었다. 전체 제작비는 30억원.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은데도 공교롭게도 남북 화해라는 시대적인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 관객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작품 자체도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지만 시운도 따라준 격이다. 9월 9일 개봉 입력시간 2000/08/28 20:3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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