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으면 덤까지 얹어 돌려줘요""백화점에 근무하다 보면 갖가지 외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상도덕을 지켜내야만 모두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최근 신세계가 개점 71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도입한 '윤리대상'에서 개인부문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광주 신세계백화점의 설진태 부장(47)은 평소 선물이나 향응 등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깨끗한 유통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흔히들 백화점 하면 갖가지 명목으로 협력업체에서 향응이나 뇌물을 받는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완전히 깨뜨린 셈이다.
설 부장은 "어떤 선물이건 무조건 되돌려 보내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면서 "상대방의 성의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물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괜한 오해를 샀던 적도 많았다. "선물이 너무 작아서 그러느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고 작은 성의를 무시한다며 서먹해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엔 이런 적도 있었다. 공사를 맡았던 한 업체로부터 30만원짜리 양주가 선물로 들어왔다. 설 부장은 오히려 공사를 잘 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직접 써서 넥타이까지 덤으로 넣어 되돌려 보냈다.
설 부장은 "요즘 TV에서 방송되는 드라마 '상도(商道)'를 열심히 보고 있다"면서 "유통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직과 성실을 목숨보다 중시하는 거상 임상옥으로부터 많은 것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나 요즘처럼 기업윤리가 흔들리고 상도덕마저 무너지는 상황에선 더욱 절실하다는 얘기다.
그는 "개인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윤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보다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면서 "유통업계도 과거의 갑을관계를 벗어나 상호 신뢰를 중시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부장의 이 같은 윤리의식은 장학사업과 봉사활동 등 사내 전체로 확산돼 광주점을 이번 윤리대상에서 백화점부문 1위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리게 만들었다.
광주점은 지난 99년부터 '사랑의 봉사단'을 꾸려 매달 5,000원씩 월급에서 공제해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고 있으며 소년소녀 가장 돕기, 사랑의 집 결연, 사랑의 쌀 보내기 캠페인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설 부장은 지난 81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후 본점 총무과장ㆍ총무팀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광주점 지원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