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이용자들이 지켜낸 기업 한글과컴퓨터를 국민에게 자긍심을 주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지난 6월 한글과컴퓨터의 새 사령탑에 오른 백종진 사장은 “한글과컴퓨터라는 회사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한글과컴퓨터를 일개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기업으로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 신바람이 나면서도 책임감도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98년 한글 살리기 운동 이후 회사가 제대로 된 비전을 잡지 못하고 많이 흔들렸습니다. 벤처 정신도 많이 퇴색했구요.”
백 사장은 지난 봄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하고 난 뒤 회사상황을 파악해보니 안타까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췄으면서도 사업기회를 스스로 날린 일이 허다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와중에 우수한 인재들도 많이 빠져나갔다.
백 사장은 무엇보다 경영을 안정시키고 뚜렷한 사업비전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그는 취임 이후 조직 개편, 사옥 매각 및 이전, 하우리와 전략제휴 체결 등 숨가쁘게 달려 왔다.
한글과컴퓨터는 319억원에 달했던 부채 및 부실자신을 정리, 무차입경영을 실현했고 올 상반기에는 3년만에 처음으로 경상흑자를 냈다. 오는 28일 유상증자를 통해 400억원의 자금을 확보, 전략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도 확보할 계획이다.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도 돌아오는 등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백 사장은 회사가 안정을 찾고 있어 앞으로는 장기비전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세운 비전은 “오피스사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관련 기업의 인수, 제휴 등을 통한 `소프트웨어 지주회사`로 키운다”는 것.
주력사업인 한글오피스의 경우, 그 동안 빈약한 구성과 불안정한 품질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온 게 사실. 한글과컴퓨터는 이런 불만을 최대한 해결한 신제품을 오는 10월 출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정면 도전장을 던진다.
한글과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한글 2004`, 국산 표계산 프로그램인 넥스소프트의 `넥셀`에다 유저들의 최대 관심사인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첨가한다.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은 한컴리눅스가 맡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전략제휴를 맺은 하우리의 백신프로그램 `바이로봇 엑스퍼트`가 첨가된다. 컴퓨터 이용자들이 원하는 필수 프로그램을 모두 갖추게 된 셈이다.
백 사장은 “출시 일정에 쫓겨 품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한글 워디안`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며 “오피스 시장에 대한 마지막 도전기회임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과의 제휴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백 사장은 IT방문교육사업을 차세대 주력 분야의 하나로 꼽고 있다. 그는 “컴퓨터 교육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데 믿을만한 교육기관과 강사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사업의 생명은 교재와 강사진에 달려 있다”며 현재 전문가들과 교재개발작업이 한창이라고 설명했다. 강사진에게도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그 동안 라이선스만을 받아온 `한컴컴퓨터교실` 사업을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백 사장은 “IT방문교육 시장 규모는 800억원 정도 된다”며 “교재와 강사진만 제대로 갖추면 연매출 250억원은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년전 시작했으나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않은 `넷피스` 사업도 새롭게 단장한다. 백 사장은 넷피스의 경우 인터넷이 접속되는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해줘 성장성이 매우 높은 사업임에도 불구, 그 동안 홍보나 지원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넷피스의 경우 이미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특별한 투자 없이 사업확대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오피스 프로그램의 해외수출도 한글과컴퓨터의 전략과제 가운데 하나. 백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못지 않은 품질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저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랍이나 중국 등 반미정서가 뚜렷한 지역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백 사장은 IT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고 대주주의 친동생이라는 점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과컴퓨터 인수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최종인수까지 실무를 주도해왔다”며 “회사의 기틀이 제대로 잡히고 능력 있는 적임자가 나타나면 미련 없이 물러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백종진 사장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 신바람 나도록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백 사장은 업무수행과 책임 위주인 직장생활에서 자칫 사무적이 되기 쉬운 직원 간에 적어도 사람냄새가 풍기는 일터를 만들고 싶어한다.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도 권위적이고 딱딱한 모습보다는 때로는 형이나 오빠를 대하듯 하고픈 말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관계여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회사에서 각 팀을 지나면서 농담을 자주 건넨다. 갓 입사한 직원들도 스스럼 없이 맞장구를 치거나 환히 웃을 정도로 직원들과 격이 없게 지낸다.
백 사장은 한글과컴퓨터 같은 벤처 1세대 회사는 벤처의 특성을 기본으로 성장해왔으므로 규모가 커진 현재에도 직원 간 친밀도가 일반 회사보다 높아야 한다고 말한다. 벤처기업만이 지닌 장점을 살려 직원 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를 밑바탕으로 팀간 원활한 업무협조 및 신속한 업무수행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력
▲1960년 서울 출생
▲1984년 아주대 경영대 졸업
▲1986년 (주)태영교역 입사
▲1995년 (주)미디아상사 대표
▲2000년 (주)테크노마트 대표
▲2000년 프라임벤처캐피탈(주) 대표
▲2001년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IDAS) 수료
▲2003년 한글과컴퓨터 대표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