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즐거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손을 빼는 즐거움이다. 상대방이 잔뜩 힘을 실어서 ‘정의의 칼을 받아랏!’ 하며 일검을 쭉 내뻗었을 때 ‘그게 뭔데’ 하면서 쓱 손을 빼버릴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은 참으로 기가 막히다. 그래서 프로들은 언제나 손을 빼는 연구를 하며 동시에 상대방이 손을 빼지나 않을까 철저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때때로 프로들은 절대로 손을 빼기 어려운 자리에서도 손을 빼어 상대를 헷갈리게 한다. 왕자를 내주고 왕을 잡으며 팔뚝을 내주고 목을 노리는 것이다. 바둑을 즐기는 애기가들이여. 손을 빼는 즐거움을 터득할 일이다. 조한승은 백72로 그 방면의 대마를 기분좋게 살려냈다. 장쉬는 ‘그렇다면’ 하고 이번에는 73으로 뛰어 왼쪽 백대마를 위협했다. 그때 조한승은 ‘그게 뭔데’ 하며 반상최대의 자리인 백74를 점령해 버렸다. “위험하지 않을까요?”(루이9단) “위험하겠는데요.”(안달훈6단) 만약 백대마가 완생한 것이라면 이제 끝내기만 남은 바둑이다. 흑이 집을 짓자면 참고도1의 흑1인데 그것은 백2 이하 백8로 간단히 백승이다. 장쉬는 일단 흑75로 다부지게 파고들었다. 흑81이 놓였을 때 안달훈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4를 제시하며 백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한승은 백84의 자리를 역으로 차지해 버렸다. 그것으로 백대마는 완생이었다. 조한승의 손빼기 작전은 멋지게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