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타결'에 성공한 2단계제4차 6자회담은 숱한 뒷얘기를 남기고 그 이행조치를 위한 후속협상을 기약하고 막을 내렸다.
한반도 상공에 먹구름을 끼게 한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졌던 2002년 10월로부터35개월만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원칙과 해법을 세운 것이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은 7월26일부터 13일간, 그리고 지난1주일간의 산고끝에 공동성명 합의라는 `옥동자'를 낳았다.
특히 13일부터 시작해 일주일간 진행된 2단계 회담은 반전을 거듭했고 그런 만큼 얘깃거리도 많았다.
◇ 미국의 몽니였나 = 중국이 16일 공동성명의 원본인 4차 초안의 수정본을 낸후 내내 `부정'으로 흐르던 분위기는 18일 밤 `긍정'으로 반전됐다는 후문이다.
자칫 왕따가 될 상황을 우려했던 미 대표단이 뒤늦게 `좋은 안'(good draft)이라며 찬성하고 나섰던 것.
그 때까지 최대 우려였던 미국이 방향전환을 하자 회담장 안팎에 `타결되는 것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이미 다음 날인 19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6개국 대표단이 모두 참석하는 전체회의 시간은 예약된 터였다.
이런 기대감 탓인 지 전체회의 개막전 분위기는 약간 들떴다.
그렇지만 그 시각이 되어서도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미국측의 요청으로 전체회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워싱턴이 정치적 결단을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뒤따랐다.
그러나 사실인 즉 이랬다. 미 대표단이 공동성명 2조의 두 번째 문장 표현 가운데 `평화공존'을 의미하는 `co-existence peacefully'의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해당 표현은 냉전 시대의 용어라며 다른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고 이 때문에 막판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결국 문제의 표현은 `exist peacefully together'로 낙착됐다.
사실상 별 것 아닌 논쟁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회담장 안팎에서는 힐 차관보가 마지막까지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 난데없는 만찬장 호출 = 18일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상무부부장이주최한 추석 명절 만찬장에서 각국 수석대표들이 차례로 본국 정부로부터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떴다.
만찬장에서 남북한을 제외한 수석대표들이 갑작스럽게 그 것도 한 사람씩 불려가 듯 전화를 받은 탓에 주목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직속상관인 자국 외교장관들로부터의 호출이었다고 한다.
각 국 대표들은 원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이내 그 까닭이 밝혀졌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 첫 단추를 누른 것이었다.
반 장관이 바로 그 시점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일본, 러시아,중국의 외교장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석대표들을 격려해줄 것을 요청했고 외교장관들이 그 요청을 곧 바로 실행하면서 만찬장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이다.
◇ 송민순-힐 얼굴 붉히기 = 서로 속내를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친분을 과시하는 한미 양국의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동아태 차관보가 이번 회담에서 서로 얼굴을 붉혔던 때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수로를 둘러싸고 북미간에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자 송 차관보가 15일 오전 "우리는 북한이 장래에 경수로를 가질 기회의 창을 열어 두고 있다"며 북한 달래기에나섰던 게 화근이었다.
이 말은 미국과 사전협의 없이 했던 것으로 그 후 미측 대표단의 반응이 냉랭했고 10년 지기인 힐 차관보도 같은 날 송 차관보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송 차관보의 이 발언은 17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동한후 우리는 중국의 4차 초안 수정본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미국도 이를 받아들이라는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뉴욕 발언과 함께 미측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고 현지외교소식통은 전했다.
이를 둘러싸고 미 조야에서는 자칫 한국이 미국과 같은 선에 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우려가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 서로 밑지지 않는 장사 = 2단계 회담이 공동성명 합의로 타결되기까지 송 차관보는 북미 양국의 수석대표들에게 `윈-윈'을 강조했다고 한다.
우선 미국의 힐 차관보에게는 이번 회담이 타결된다면 이는 외교를 통한 첫 핵비확산을 실현하는 것으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외교의 승리'이며 미국내 온건파와강경파 누구도 밑진 장사가 아니었다고 역설했다는 것.
송 차관보는 또 북한의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줄아는 힐 차관보 같은 인물을 도와야 한다며 원칙을 합의하면 건설적인 행동이 나타난다며 결단을 촉구했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핵 포기인가 폐기인가 =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이 한때회담장에서 논란을 벌인 끝?공동성명에 `폐기'(dismantlement)라는 단어가 아닌 `포기'(abandonment)를 쓰기로 결정했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두 단어는 북한내의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모두없앤다는 표현에 적합했지만 당초 미측은 폐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측 대표단은 포기는 포괄적 해석이 가능한 단어로 "꿈을 포기한다고하지 폐기한다고 하지 않는가"라며 핵무기를 만들려는 장래의 꿈까지 싹을 자르는표현으로 포기가 적당하다는 유권해석을 건넸고 미측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었던 북한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북한은 포기라는 단어가 피동이 아닌 능동의 뜻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 선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中 언론의 이례적인 강공 =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종전의 6자회담 보도태도와는 달리 2단계 제4차 6자회담 내내 적극적이면서도 공세적인 보도를 해 눈길을끌었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3일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하기전 인터뷰를 했는 가 하면, 같은 날 각 국 수석대표들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자이를 모두 `긴급' 기사로 처리해 눈길을 끌었다.
그 이후에도 적지 않은 사안들을 긴급 기사로 처리하는 열의를 보였고 다른 참가국들의 취재진은 신화통신의 이런 새로운 시도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회담 폐막일인 19일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에서 공동성명 타결 전체회의 직후 중국 당국은 통상 영어로 된 문건을 먼저 돌리는 국제관례를 깨고 중문으로 된 공동성명을 제시했고, 이로 인해 해독이 가능한 중국 취재진 만이 그 내용을 보도할 수 있었다.
영어로 된 공동성명은 10여분이 넘은 뒤에야 배포된 것.
그런 탓에 1분 1초가 승부를 가르는 취재현장에서 중문 해독이 불가능한 중국이외의 여타 국가 기자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정준영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