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연간 최대 20조엔에 달하는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지난달 3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1엔대로 급락했다. 전날 대비 달러당 2엔 이상 하락해 111엔대로 진입한 것이다. 이는 2008년 1월2일 이후 6년10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 역시 2원89전 떨어져 100엔당 950원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엔저가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동차·철강 등 엔저에 민감한 업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같이 시장이 요동친 것은 일본은행이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1년간 매입하는 자산을 현재의 60조~70조엔 규모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틀 만에 이뤄진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정책으로 엔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우리 상품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주력업종의 수출마저 흔들리는 마당에 터져 나온 '엔저 쇼크'여서 걱정이 크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만 봐도 우리 수출 주력업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판이다. 올 상반기 해운업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15.2%나 감소했고 전자·조선업도 각각 4.9%, 4.7% 역성장했다. 화학·철강·섬유업도 뒷걸음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닥친 엔저 공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엔저로 인한 수출환경 악화에 대응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은 기대할 수도 없는 만큼 기업들 스스로 적응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자구노력과 함께 기술혁신을 통해 가격경쟁력이 앞서는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는 게 최선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