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사망 대비 ‘김정은 배지’ 제작

올 4월…박봉주 전 총리 등 복권도 경제재건→세습 준비작업

북한이 김정일 사망 등에 대비, 지난 4월 후계자인 김정은의 초상휘장(가슴에 다는 배지)을 초상화와 함께 제작했다고 열린북한방송이 15일 보도했다.

김정은 배지가 제작됐다는 것은 김정일 사망을 대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의 경우 초상화는 후계자로 공식화된 1980년대 초반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됐지만 배지 착용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이후부터 공식 허용됐기 때문이다.

◇‘김정일 배지’는 김일성 사후 공식 착용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 상부의 지시로 김정은 배지가 초상화와 함께 지난 4월말 북한 만수대창작사 1호 창작실에서 제작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배지는 내달 열리는 당대표자회 때 일부 고위 간부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정일 배지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김일성 배지와 함께 착용해 왔으며 일반주민들에겐 올 들어 착용이 확산되고 있다.

김정일 배지는 그가 후계자로 부상한 1982년 그에게 아첨하려는 일부 노동당 중앙위 선전부와 외교부 책임간부들이 상부 지시 없이 제작, 김정일의 직계 부하인 호위사령부 2호위부 등이 달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 배지를 제작한 책임간부들은 1개월 정도의 근신 처벌만 받고 이후 김정일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김일성과 김정일 측근들이 서로 경쟁하던 1980년대 초반과 달리 지금은 김정일 유일지도체계가 확고하기 때문에 김정은 아첨꾼들이 김정일 모르게 김정은 배지를 만들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장성택 파워‘김정일과 종이 한 장 차이’

장성택(64)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03년께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서 실각할 때 함께 좌천됐던 측근 20여명이 최근 복권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이날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방 기업 지배인으로 좌천됐던 박봉주(71) 전 총리가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64)가 부장으로 있는 경공업부 2인자(제1부부장) 자리에 올랐다. 김정은 후계체제로의 원활한 이행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은 올해 경제재건을 위해 경공업 발전을 중점과제로 내걸었다.

박 전 총리는 기업에 시급제(時給制)를 도입하는 등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주장하며 당ㆍ군부와 대립하다 2007년 4월 전반적인 경제정책 실패 등을 이유로 해임ㆍ좌천됐다.

장성택은 올 6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격, 사실상 북한의 제2인자 지위에 올랐다. 그는 김정각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칙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주상성 인민보안상 등 ‘군ㆍ보위부ㆍ보안부 트로이카(모두 국방위원)’를 통제하고 있어 파워가 김정일 위원장과 ‘종이 한 장 차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김정일이 한 때 경질했던 장성택을 다시 중용하고 권력 강화를 묵인한 것은 '안정적인 후계체제를 위해 장성택 외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 내에서도 중국과 관계가 좋은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후계체제 구축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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