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 사립여대에서 졸업반 학생이 후배에게 돈을 주기로 하고 대리 출석과 시험을 맡긴 부정행위가 들통나 제적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의 중.고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시험답안 대리작성 사건에 이어 `진리탐구의 전당'인 대학에서조차도 시험비리가 터졌다는 점에서 교육계 전반에 걸쳐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대생 시험비리는 서울의 모 여대 음대 졸업반인 이모(01학번)씨가 지난해 말이 대학 학생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 `은밀한' 제안을 남기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4주간 진행되는 계절학기 특정과목 수업에 대리출석과 함께 리포트 등 과제물 제출, 중간 및 기말고사 대리시험 등을 도와주고 B학점 이상의성적을 거두면 25만∼3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친분관계가 있는 선후배 사이에서 몇 차례 대리 출석이나 시험을 도와주는 부정행위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일면식도 없는 후배를 돈을 미끼로 특정 과목의 1학기 강의 전체를 부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대학 약학부 후배 조모씨는 게시판 글을 보고 이씨에게 연락을 취해 제의를수락하기로 했다.
이씨를 대신해 강의실에 계속 들어가며 중간 과제물까지 제출한 조씨는 나중에 정확한 사례금 액수를 논의하려고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조씨는 속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이 겪은 일을 인터넷에 자세히 공개했고,한 학생이 이 사실을 학내 공식 게시판에 옮기면서 이씨의 파렴치한 비리행각이 공론화됐다.
일부 학생들은 이씨가 채플수업을 대신 들어가주는 대가로 돈을 주기로 했다가 똑같은 방식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피해 사례를 올리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대학측은 진상조사를 거쳐 두 학생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대리출석 및 시험을 의뢰한 이씨가 속한 음대측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씨를 제적키로 결정했고, 학교측도 처장과 단과대학장이 긴급 교무회의를 열어 이씨에 대한제적 결정을 승인했다.
또 이씨 대신 수업에 들어가 과제물을 제출한 약대생 조씨에 대해서도 조만간 약대 차원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