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일제히 완공할 것으로 계획됐던 중동 각국의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가 속속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발 쓰나미’를 우려하던 국내 유화업계가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19일 유화업계와 외신들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동의 대형 유화 공장들이 신증설 프로젝트 완공 및 생산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페트로 라빅이 연간 13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시설을 비롯해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35만톤, 고밀도폴리프로필렌 30만톤, 폴리프로필렌 70만톤, 모노에틸렌글리콜(MEG) 60만톤 등의 생산시설 완공 시기를 모두 내년 1ㆍ4분기로 늦췄다. 사우디 샤크도 연간 에틸렌 120만톤, MEG 70만톤, LLDPE 40만톤, HDPE 40만톤 생산 플랜트 완공을 모두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란의 신증설 유화공장들은 2007년 완공 이후 아직까지 가동이 지연되고 있는 형편이고 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UAE)ㆍ카타르 등 중동 각국의 유화업계 신증설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큰 규모의 자금을 단계적으로 조달해 투입하는데 미국의 금융위기 분위기가 감지된 지난해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면서 “더구나 유화업종 시황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돼 일부러 완공시기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화업체는 일단 안도를 하고 있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과 한두달 전까지는 사상 최고 유가가 이어지고 최근에는 환율이 급등해 유화업종의 원자재 가격 부담이 계속됐지만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함께 올라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동산 제품까지 시장에 쏟아져나오면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유화업계도 내년부터 도래할 혹한기를 대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유화업계가 중동의 공장 신증설을 겁내는 이유는 원료자체가 다르기 때문. 보통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값비싼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데 비해 중동의 새 공장들은 천연가스를 분리해 얻은 에탄가스와 프로판가스를 원료로 이용해 원가경쟁력이 높다. 여기에 중동의 신증설 유화 플랜트들은 규모도 거대해 ‘규모의 경제’로 인한 원가 하락 요인도 다른 나라 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다. 삼성토탈의 한 관계자는 “중동산이 우선 저가 범용제품 시장부터 장악해 들어갈 것”이라면서 “비닐 원료는 중동업체에 다 내줘야 된다고 보면 맞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화업계는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원가절감, 고급품 시장 공략 가속 등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잠시나마 안도할 수 있을 때 원가절감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