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시장] 국내법인의 현주소

국내 회계업계는 IMF사태를 발전의 기회로 활용, 양(매출액)과 질(사업구조)에서 한단계 도약을 이뤘다.은행경영진단, 워크아웃 실사,대기업빅딜, 기업인수합병 등 굵직굵직한 일감을 맡은 삼일,안진 등 이른바 빅5 회계법인은 올해 3월말 매출실적이 지난해보다 50%이상 증가했다. 감사보수는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구조조정, 금융,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컨설팅 같은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전체적인 매출구조는 더 단단해졌다. 올들어서는 주식시장의 기관화가 진행되면서 투신회사와 뮤추얼펀드가 운용하는 펀드에 대한 감사 수요가 증가, 매출 및 수익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안진과 세동의 합병을 계기로 지난달 27일 내한한 아더앤더슨 월드와이드의짐와디아(JIM WADIA) 회장은 합병법인이 전통적인 회계감사에서 세무 및 법률자문, 경영컨설팅, 국제 금융서비스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가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제 회계법인이 단순감사업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과 금융업체에 대한 종합 경영진단기관으로 변모했음을 잘보여준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와는 대조적으로 회계법인들이 직면한 안팎의 도전은 더욱 가혹해졌다. 기업과 결탁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부실회계감사에 대해 철퇴가 내려지고 있으며 해외 공인회계사의 국내 진출이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회계법인의 설립규정도 자본금 10억원이상 회계사 20인이상에서 대폭 완화될 전망이어서 중소형 법인의 난립이 예상된다. 한때 업계7위였던 청운회계법인이 청산절차에 들어간 것은 부실감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청운은 지난해말 기아자동차에 대한 분식결산을 적발하지 못해 담당회계사들이 금감원으로부터 6개월간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과정에서 유능한 회계사들이 스스로 회사를 빠져나가자 폐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올들어 정부는 처음으로 부실감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대한 규정세칙을 개정, 회계법인 등 기업체 외부 감사인이 감사를 잘못해 각서제출이나 주의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보수의 최저 10%에서 100%까지는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납부하게 했다. 최근 들어서는 투신사들이 주주자격으로 회계법인이 투자기업의 감사를 잘하는가를 따지겠다고 선언해 부실감사는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게 됐다. 회계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일련의 사태가 국내 회계업무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에 종속적인 모습을 보였던 회계법인이 제목소리를 찾을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최근 결산이익을 늘릴 것을 요구받았던 회계법인이 단호히 이를 거절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회계법인의 발전과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회계법인들이 그동안 고질병으로 앓아왔던 부실감사의 오명을 벗고 상호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한국경제는 또하나의 내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는게 많은 경제인들의 평가다. /강용운 기자 DRAG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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