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홀의 재앙을 피하라.’
제139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에서 17번홀(파4)에 대한 공포가 현실로 나타났다. 495야드나 되는 이 괴물 홀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 ‘로드(Road) 홀’이라는 별명처럼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최종일까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홀별 난이도 집계에 따르면 17번홀은 평균 4.6타를 기록해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156명 가운데 버디를 잡은 선수는 단 5명에 불과했다. 76명이 파, 56명이 보기를 적어냈고 19명은 더블보기 이상으로 무너졌다. 이날 오후 계속된 2라운드에서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로 인해 선수들이 더욱 애를 먹었다. 260야드를 똑바로 날려야 이상적인 지점에 볼을 떨굴 수 있는 이 홀은 두 번째 샷도 부담스럽다. 그린 왼쪽에 어깨 높이의 ‘항아리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날 이 홀의 최대 희생자는 안데르스 한센(덴마크)이었다. 세컨드 샷을 항아리 벙커에 빠뜨리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직접 핀을 노리기 어렵자 왼쪽을 겨냥했지만 벙커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핀을 향해 두 차례 더 쳤지만 탈출에 실패했다. 오른쪽 턱을 간신히 넘겨 그린에 올리기는 했지만 벙커에서만 4타를 허비한 뒤였다. 결국 그는 8타를 적어내고서야 다음 홀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한편 1라운드에서 공동 8위(5언더파)에 올랐던 지난해 PGA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38)은 이날 2오버파 74타를 쳐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가 되면서 오후9시30분 현재 30위권으로 밀렸다. 5번홀(파5) 버디로 기세 좋게 출발했으나 6번과 7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한 뒤 11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특히 파3에서 티샷이 짧았고 오르막퍼팅에서 볼이 두 차례나 거의 제자리로 굴러 내려오면서 4퍼트를 했다. 하지만 14번홀(파5)에서 1타를 만회하고 까다로운 16ㆍ17번홀을 파로 막아내며 3라운드를 기약했다.
첫날 9언더파를 몰아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현지시간 오후에 출발한 가운데 오전에 경기를 치른 루이스 우스투이젠(남아공)이 5타를 줄여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로 앞서 나갔다. 이번 시즌 유럽투어 안달루시아오픈에서 우승한 우스투이젠은 지난 4월 마스터스대회 때 개막 전일 이벤트인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선수다.
50세인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는 시간을 21년 전으로 되돌릴 기세다. 1989년 이 대회(스코틀랜드 로열트룬)에서 첫 메이저 왕관을 따냈던 그는 이날 5언더파 67타(합계 7언더파)를 보태 상위권으로 점프했다. 1라운드 1오버파(공동 96위)로 부진했던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미국)은 15번홀까지 1타를 줄이는 데 그쳤고 최경주(40)는 14번홀까지 중간합계 4오버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