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자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중견ㆍ중소 건설사들이 신탁사에 사업을 위탁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행사나 중견ㆍ중소업체는 사업비 조달이 쉽지 않은데다 금리도 비싸다"며 "신탁사에 수수료와 사업수익을 배당해야 하지만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위탁하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분양한 아파트는 상반기에만 전국 20곳 1만3,310가구에 달했다. 예년에 비해 10~20%가량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부동산신탁업체 관계자는 "자금조달 여력이 낮은 중소 시행사의 물량이 많지만 최근에는 꽤 이름이 알려진 중견 건설사의 위탁도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분양 위탁 업무가 늘면서 신탁사들의 경영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11개 부동산 신탁회사의 당기순이익은 6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2%나 늘었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영업익과 순익이 각각 294억원, 251억원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각각 476억원, 374억원으로 영업익이 61%나 뛰었다. 특히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코람코자산신탁까지 흑자 전환하면서 11개 부동산 신탁사 모두 순이익을 냈다.
신탁사들의 분양이 증가한 것은 경기침체로 시행사ㆍ건설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신탁 업체들의 수익은 사업비를 신탁회사가 직접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토지신탁 등 차입형 토지신탁을 취급하는 7개 회사의 사업 비중은 2010년 말 41.3%에서 올해 6월 말 50.1%로 늘어났다.
특히 신탁사의 아파트 분양은 수요자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차입형 신탁의 경우 사실상 신탁업체가 시행사 역할을 하며 준공 책임을 지기 때문에 건설사가 부도나더라도 수요자 피해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신탁업체 분양아파트도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는 경우가 많다"며 "당분간 신탁사 위탁을 통한 주택사업 추진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