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선생님 따라 천차만별

교사 참고할 만한 매뉴얼 없고 콘텐츠 확보도 달라 격차 심해
교육청, 연수프로그램 추진… 판에 박힌 수업 될 것 지적도

인천에 있는 A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수업인 '영어의 문화(가칭)' 시간. 학생들은 교실 전면에 있는 TV를 통해 외국인과 대화를 나눈다. 학생들은 화상전화를 활용해 세계 각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어로 그들의 문화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하고 또 한국 문화에 대해 답해주기도 한다.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은 A학교 영어 교사가 학창 시절 연수 등을 통해 여러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고 현재까지 교류를 하고 있는 덕분이다.

다른 지역에 있는 B중학교는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독서와 토론(가칭) 수업시간만 되면 책만 읽는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지만 학생들끼리 제대로 된 토론은 진행되지 않는다. 교실 한쪽에서는 수업 지정 도서가 아닌 교과 과목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도 눈에 띈다. 교사는 본인의 업무를 보기 바쁘다.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자유학기제의 도입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2일 중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부가 올해 자유학기제 연구ㆍ희망학교 수를 6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학기제가 일선 학교의 교사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짜임새 있는 커리큘럼을 구성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학기제가 들쭉날쭉 운영되고 있는 것은 우선 교사들이 확보하고 있는 콘텐츠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교사가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 없는 것도 이 같은 격차를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한 교사는 "기존에 학생들을 가르치던 업무 외에 완전히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라며 "퇴근 후는 물론이고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할 지경인데 특히 자유학기제가 1학기로 지정되면 새 학기 업무가 많아 더욱 힘들다"고 호소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를 뒤늦게 인지하고 개선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지난해 연구학교로 지정돼 자유학기제를 운영한 42개 학교의 일부 교사들이 참여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올해 새로 자유학기제를 시작하는 학교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수 운영 사례, 평가 방식 등을 담은 매뉴얼을 조만간 일선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 매뉴얼은 현재 초안 검토 단계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는 학교의 지역별·규모별로 모델이 달라야 한다"며 "우수 운영 모델을 제시하고 교사들이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뉴얼 배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매뉴얼 배포로 교사들 업무 부담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교사들이 그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판에 박힌 수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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