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범 유럽 은행감독기구 내년 출범 못할수도"


마리오 드라기(사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범(汎)유럽 은행감독기구가 내년 안에 출범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13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유럽 은행감독기구는 유럽 시중은행을 감시하는 강력한 권한을 맡게 되는 곳으로 일종의 '유럽판 금융감독원'으로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지난 6월 정상회의를 열어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자금을 시중은행에 직접 지급하는 대신 이 감독기구를 세우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일단 감독기구가 설립되면 유럽 시중은행에 대한 규제 권한이 일원화되기 때문에 통화동맹 수준인 현재의 EU가 은행동맹을 거쳐 재정동맹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드라기 총재는 "감독기구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각국 의회의 비준과 같은 절차가 필요하며 이런 과정에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기구가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문제는 감독기구 출범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기국 은행에 쓰여야 할 ESM 자금 활용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감독기구 설립 이후 ESM 자금을 쓰자는 입장이어서 향후 재정위기 전개 과정에 따라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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