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현대그룹株 '화려한 날갯짓'
상선, 외국인 집중매수, 9일째 강세 행진하이닉스도 D램값 강세타고 신고가 경신
고 정몽헌(MH) 현대그룹 회장이 관할하던 현대주들이 최근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증시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들 옛 현대계열사들은 지난 99년 그룹이 분할될 당시 상당한 경영위기를 겪었으나 구조조정을 통해 악재를 해소하고 최근에는 실적호조세까지 보이며 '턴어라운드' 주식으로 주목받는 양상이다. 마치 과거 대우그룹주들이 그룹이 해체된 뒤 구조조정을 통해 재평가받은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실적과 재료가 뒷받침된다=이들은 대체로 최근 실적이 탄탄하게 뒤따라주고 각기 재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사상 최대의 해운업황 호조에 따라 외국인이 최근 3일간 하루 100만주 이상 순매수하며 8일 6.79% 뛰는 등 9거래일째 상승했다. 이 기간 상승폭은 무려 60%나 된다. 하이닉스반도체의 부상도 이에 못지않다.
하이닉스는 10월 중 D램반도체 가격의 고공비행, 비메모리 분야 매각과 중국공장 추진 등으로 외국인들로부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날 거래량만 무려 3,400만여주에 달했다.
최근 하이닉스주를 집중 매수, 52주 신고가 경신의 주역이 된 외국인들은 이날 하이닉스가 연내 처분하기로 공시한 자사주 700만주 중 300만주를 시간외매매를 통해 매수했다. 현대건설 역시 최근에는 중동 지역 수주 기대감 등 특수가 예고돼 있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 현대상선에 대한 외국인 M&A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노르웨이의 골라LNG와 스타벵거를 비롯한 외국인 지분이 43%가 넘는 반면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15.16%)와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3.36%)의 지분이 낮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측은 이에 대해 "우호지분인 홍콩계 허치슨왐포아(12%) 등을 합치면 지분이 30%가 넘는다"며 M&A설을 일축했다.
이밖에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상선의 호조에 따른 지분법평가익과 11월 PEF법 실시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으로 주가가 상승세다.
◇일부에서는 "꼭지점 근접하고 있다" 분석도=일부 전문가들은 옛 현대그룹주 강세에 대해 "펀더멘털 개선 추세와 양호한 수급환경을 고려하더라도 단기간에 너무 급등했다"며 "꼭지점을 향해가고 있는 모습"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전현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해외 부문 원가율 인하와 수주호조 등에 따라 실적면에서 확실한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면서도 "최근 두달새 주가가 2배 정도 올라 시세탄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닉스 역시 조만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명섭 메리츠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타이완 D램업체와 비교해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저평가돼 있다"면서도 "지금은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 주가가 더 오를 수는 있지만 D램값이 다음달부터는 꺾일 가능성이 높아 강하게 치고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광본 기자 kbgo@sed.co.kr
입력시간 : 2004-10-08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