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혼탁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증권당국도 증시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을 증권업계, 학계, 당국자를 통해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알아본다.【편집자주】◎흑자재정 집착말고 한통주등 매각중지/장기저리국채 발행 자금조달 도와야
최근의 주가폭락은 근본적으로 올들어 계속된 금융불안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주가폭락은 현재의 금융불안상태를 이대로 방치해두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정책집행이 가장 시급하다. 미국·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즉각 개입해 해결했던 사실을 참고해야할 것이다. 적어도 중요한 금융기관이 도산에 이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다음은 신용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는 기아사태의 해결이다. 지금 투자가(특히 외국인)가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지나치게 불확실하다는데 있다.
따라서 기아문제를 법정관리든, 구제금융이든 시급히 해결해 금융거래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재작년 베어링증권 사태가 났을때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나서서 3일만에 해결했던 사례를 참고해야할 것이다. 정치권, 재계, 언론 모두가 정부가 바른 정책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편으로는 촉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정부가 너무 흑자재정에 집착하지 말고 과감히 국채발행 또는 정부차입으로 금융기관의 구제 또는 세수부족분의 보전에 충당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신용이 아니면 값싼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한통주 또는 기타 정부보유주식의 추가매각을 중지한다는 발표를 하면 시장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때 발행하는 국채를 무기명 저리채권으로 하면 지하자금을 양성화시켜 금융시장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일반예산의 30% 이상을 국채발행을 통해 메우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시황이 나빠지자 일본전신전화사(NTT) 등 정부보유주식의 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국채를 추가발행해 보전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외국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M&A) 관련규제를 완화해 외국자본의 유입을 촉진시키는 것도 부실기업처리 및 증시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80년대 영국의 금융기관들이 외국자본을 과감히 받아들여 빅뱅의 위기를 극복했던 점, 최근 일본의 금융기관, 기업들이 외국자본의 진출을 환영하는 쪽으로 정책전환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도 지나치게 내셔널리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채권시장의 개방도 과감하게 앞당긴다면 환율시장안정, 금리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외금리차가 있다고는 하나 우리 환율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당장 대량의 자금이 몰려오리라는 걱정은 안해도 될 것이다.
증시수급의 확충을 위한 직접적인 방안으로는 경영권과 관련이 없는 우선주에 대한 외국인한도 철폐, 투신사의 스폿펀드 허용, 증권금융을 통한 주식매수자금 저리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약간 장기적인 부양책이 되겠으나 주식투자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증권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배당의 이중과세 철폐, 시가배당제 실시, 주식관련 상품에 대한 세액공제제도 확대, 주식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금우대, 증권거래세의 인하 내지는 철폐 등이다.
우리나라의 증권세제는 국제적으로 비교해 볼 때 투자자에게 불리한 편에 속한다. 일본이 주식, 채권, 은행예금 등에 대한 소액저축 비과세제도를 폐지한 것은 80년대 중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였다.
폐지직전의 비과세저축은 전체 개인저축의 절반을 넘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 비율은 5%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나 빨리 저축을 장려하는 세제를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저축장려로 정책을 바꾸어야할 것이다.<김창희 대우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