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103엔대 속락…내년 120엔 갈수도

일 2015년까지 양적완화 시사
미 지표 호전도 약세 부추겨
원 엔은 1,020원대 진입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2015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시장에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되살아나고 있다.

 엔화가치는 6개월 만에 달러당 103엔대로 진입하며 지난 5월 기록한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울 태세다. 시장에서는 2014년 말 엔·달러 환율이 최고 120엔까지 치솟고 원·엔 환율은 내년 내 1,000원 선마저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03.37엔을 기록하며 5월22일의 연중 저점인 103.74엔에 바짝 다가섰다. 엔·유로 환율도 1유로당 139.73엔을 기록하며 5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오후3시 현재 100엔당 1,027원70전에 거래됐다. 원·엔 환율이 1,020원대에 진입한 것은 5년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4원 오른 1,061원20전에 마감했다.

 엔화가치를 6개월 만에 달러당 103엔대로 끌어내린 것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다. 전날 구로다 총재는 2014년 말까지로 알려진 일본은행의 자산 매입 계획에 대해 “어떤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2015년 이후에도 공격적인 돈 풀기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지표 호전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2일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11월 제조업지수가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57.3포인트를 기록한 데다 6일 발표되는 11월 고용지표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이 엔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며 엔저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

 연준이 돈줄을 조이는 반면 일본은 2015년 이후까지도 아베노믹스의 금융 완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저마다 중장기적인 엔화가치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 IB들이 제시하는 내년 엔·달러 환율 전망 중간치는 1·4분기 달러당 102엔에서 연말에는 110엔에 달한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내년 4·4분기 중 달러당 120엔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세바스티앙 갈리 전략가는 “달러당 104.50엔을 저지선으로 엔화가 반등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105~110엔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쓰연구소의 마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이후 소비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수요와 인플레이션이 약화되면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내년 5월께 추가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엔저 추세의 지속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주춤하던 엔저가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연말 증시 랠리 및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엔저에 힘입어 도쿄증시의 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 수준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올해 일본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41년 만에 최대 폭인 50%, 엔화가치 낙폭은 34년 만에 가장 큰 16%를 각각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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