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의 플랜트 업체들이 자금 압박 등 경영 악화로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부도처리 되는 등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울산지역에서 최근 2년 사이에 4개의 향토 플랜트업체가 대기업에 인수됐고 1개 업체가 최종 부도처리 됐다.
화공기기 제작업체인 성진지오텍과 원자력 계측제어설비 전문기업인 삼창기업은 포스코에 인수됐고 화공기기 제작사인 한텍은 후성그룹에, 화공기기 및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DKT는 GS글로벌 계열사로 편입됐다.
지난 2007년 신한기계를 인수한 대우조선은 최근 열교환기 제작업체인 대경기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연 매출 2,000억원 대의 지역 중견 플랜트 제조업체인 일성이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최종부도 처리됐다.
수주에 의존해야 하는 플랜트 업계 특성상 경기의 흐름에 따라 흥망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플랜트 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가 수주에 따른 출혈경쟁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다수 업체와의 과다 경쟁, 저가 수주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치킨게임 양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걱정"이라고 전망했다.
일진에너지와 티에스엠텍 등 일부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다각화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저가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 공통점이다.
티에스엠텍 관계자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플랜트 발주가 서서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업황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가 수주를 배제하고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 업체 역시 대기업의 진출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각 업체마다 특화 전략과 대비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자본력과 영업력을 앞세운 대기업과의 경쟁은 힘들기 때문이다.
지역 상공계도 지역 플랜트업체들의 잇따른 합병ㆍ부도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플랜트 업체들은 직원 1~2명으로 시작해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중견 업체로 성장한 '자수성가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역 상공계는 더욱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지역 플랜트 업체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사태를 막고 대ㆍ중소기업이 조화롭게 동반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