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인수전 고배 현대차 거센 후폭풍

건설편입 고려해 세운 경영전략 수정 불가피
연말 문책성 인사 가능성에 벌써부터 '냉기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차그룹이 상당 기간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당장 현대건설의 계열 편입을 염두에 두고 경영전략및 목표를 설정했던 현대차 계열사들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함께 올 연말 그룹 인사에 ‘문책성’이 더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는 벌써부터 차가운 기운이 돌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예상하지 못한 패배를 당한 현대차그룹이 상당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일부 계열사들이 내년 경영전략과 목표를 수정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건설의 그룹 편입을 가정하고 내년 경영전략과 목표를 설정한 계열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건설사로 직접적인 인수 효과를 기대했던 현대엠코의 경우 현대건설 본사로의 사옥이전까지 검토했으나 이를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몇몇 계열사도 내년 매출 목표를 다시 세우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로 추가될 예상 매출을 내년 경영 목표치에 포함시켰다”며 “이를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목적이 미래 성장 동력이었던 만큼 이를 대체할 사업을 찾는 것도 과제로 남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주력 계열사들이 대부분 자동차 제조와 직접 관련된 기업으로 자동차 산업의 부침에 따라 경영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건설 인수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현대엠코의 엔지니어링 기능 강화 또는 다른 소규모 M&A 시도 등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대건설 인수의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완성하려 했던 ‘에코 밸류 체인(Eco Value Chain:전기차ㆍ철도-친환경 철강사업-원전 및 친환경 빌딩)’의 미래 구상도 물건너 가게 됐다. 이렇게 현대차그룹이 최근 10년내 시도했던 M&A에 처음 실패함으로써 장단기적인 밑그림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일각에서는 올 연말 인사도 ‘문책성’성격이 짙지 않겠냐는 관측이다.정몽구 회장은 크고 굵직한 사안을 거칠 때마다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현대건설 M&A를 총괄했던 김용환 현대차 기획담당 부회장과 인수전 전략을 수립한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 정진행 현대차그룹 부사장, 이밖에 실무를 맡았던 이석장 현대차 기획담당 이사 등 10여명 남짓한 M&A 핵심 멤버들에 대한 인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M&A관련 임원들이 그룹 기획및 재무 부문의 주요 인력이라는 점에서 인사 예측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문책성 인사가 나올 수 있지만 M&A를 맡았던 임원들에 대한 정 회장의 신망이 두텁기 때문에 이번 인사를 속단할 수 없다“며 “현대건설 인수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내년 초까지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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