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외환관리] 10조원의 비밀 '투기자본과의 전쟁' 무리한 개입 혈세만 낭비煥하락 저지 못하고 돌아온건 '환율조작구' 멍에뿐 딜러들이 보는 정부 환관리능력 정부·한은 외환시장 개입 '007작전' 방불 지난 2월23일 오전 시중은행 딜링룸. 이곳 딜러들은 아침 일찍부터 거침없이 낙하하는 환율 시황판을 보며 넋을 놓았다. 한 딜러는 당시의 분위기를 "번지점프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수출업체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대답할 말은 없었다. 원ㆍ달러 환율이 7년3개월 만에 1,000원대 아래로 미끄러졌지만 정부의 개입은 예전보다 강하지 않았다. 'BOK쇼크'가 터진 시점을 전후해 이틀 동안 1조원 내외의 자금을 환율방어에 쏟아 부었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정부의 개입강도는 예전만 못했다. 수출을 위해 적정 수준의 환율이 유지돼야 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었던 '정부'는 무대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설마 하던 기업들은 하루 사이 17원이나 폭락하는 환율 움직임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수출을 살려야 한다며 과다방어에 치중했던 정부가 결국 시장을 취약하게 만들었다"며 정부의 투박한 환(換)관리 행태를 질타했다.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한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수십조원의 혈세를 퍼부었다. 환율방어 결과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수익성이 유지되며 국내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할 만하면 개입하는 테크닉 없는 원시적인 개입으로 우리의 환관리 실력은 더욱 초라해졌다. 기업들은 환율이 하락할 만하면 정부만 쳐다보는 '천수답 경제' 에 함몰돼갔다. 환율 움직임에 대한 기업들의 내성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고 하늘(정부)에서 내리는 비(방어자금)만 마냥 바라볼 뿐이었다. 대신 돌아온 것은 미국정부의 '환율조작국 리스트'라는 부메랑뿐이었다. 성장의 외나무 다리인 수출을 살리기 위해 환율을 떠받치는 사이 우리의 '환 주권'은 이렇게 소진돼갔다. 정부는 환율방어를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개입에 혈세가 투입되지만 이를 통해 수출기업들을 살리고 세수(稅收)를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환율하락은 기업들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김희식 한국은행 국제국 차장은 "환율은 채찍이 될 수 있다"며 "수출이 늘었을 때 핵심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술 네트워크 등 공급측면에서 좀더 '생산성의 사다리'를 높이 올라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율하락이 기업에는 일종의 '성장통(痛)'과 같다는 것. 그러나 당장 굶어죽을 판에 환율을 자율로 남겨둘 수 없다는 얘기도 했다. 어느 정도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 그렇지만 시장의 딜러들은 정부의 과거 개입 패턴을 '테크닉 없는 원시적 개입의 반복행위'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12일 과천 정부청사 7층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장.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외국환평형기금으로 외환파생시장에 개입했는지를 끈질기게 추궁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상적 외환거래로는 환투기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일시적으로 (개입)했다"고 답했다. 투기세력에 대한 역공으로 '정당방위'라는 논리였다. 파생시장에서 벌어진 1조8,000억원의 손실은 이처럼 잊혀져갔다. 정부는 환율방어를 위해 사들인 달러규모에 대해 일급비밀 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때문에 개입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자비용의 규모로 개입규모를 추정할 뿐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발행한 외평채 누적금액은 35조원. 이자비용만도 최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통안채 발행도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만 순증액이 37조원에 달했다. 통안채 이자지급액만도 5조5,884억원으로 이중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금액이 최소한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쌓여 있는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원화 환산 평가금액)도 2조5,000억~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환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비용이 최소한 1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환율방어에 대한 정부의 논리는 완벽하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환율하락을 내버려둘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져 올해 세수가 3조8,000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며 "개입비용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환율방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입게 될 손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당방㎰〉?'기술'은 필요하다. 양호철 모건스탠리 사장은 "정부가 다른 나라와 상이하게 움직이는 환율에 대해 나설 필요가 있다"며 "다만 무리한 정책의지만으로 일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해야 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위기 전에는 원ㆍ달러 환율 800원대에서도 수출경쟁력을 유지했던 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당 원화 가치가 800원까지 절상될 수 있다는 각오로 외환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기업들의 내성을 키워주기는커녕 자생력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12일 과천 정부청사 7층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장.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외국환평형기금으로 외환파생시장에 개입했는지를 끈질기게 추궁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상적 외환거래로는 환투기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일시적으로 (개입)했다"고 답했다. 투기세력에 대한 역공으로 '정당방위'라는 논리였다. 파생시장에서 벌어진 1조8,000억원의 손실은 이처럼 잊혀져갔다. 정부는 환율방어를 위해 사들인 달러규모에 대해 일급비밀 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때문에 개입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자비용의 규모로 개입 규모를 추정할 뿐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발행한 외평채 누적금액은 35조원. 이자비용만도 최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통안채 발행도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만 순증액이 37조원에 달했다. 통안채 이자지급액만도 5조5,884억원으로 이중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금액이 최소한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쌓여 있는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2조5,000억~8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환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비용이 최소한 1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환율방어에 대한 정부의 논리는 완벽하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환율하락을 내버려둘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져 올해 세수가 3조8,000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며 "개입비용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환율방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입게 될 손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당방위에도 '기술'은 필요하다. 양호철 모건스탠리 사장은 "정부가 다른 나라와 상이하게 움직이는 환율에 대해 나설 필요가 있다"며 "다만 무리한 정책의지만으로 일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해야 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위기 전에는 원ㆍ달러 환율 800원대에서도 수출경쟁력을 유지했던 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당 원화가치가 800원까지 절상될 수 있다는 각오로 외환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기업들의 내성을 키워주기는커녕 자생력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김영기기자 young@sed.co.kr 현상경기자 hsk@sed.co.kr 김민열기자 mykim@sed.co.kr 입력시간 : 2005-03-02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