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거잖아요. 보는데 머물지 않고 보여주는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일부 지역에는 알려졌지만 아직도 세계의 오지에는 사물놀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전세계의 시골마을 곳곳에서 길거리 사물을 공연하며 우리 것을 알리고 싶어요.”
내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 등 6개 대륙을 두루 여행하며 사물놀이를 공연할 예정인 공새미가족사물놀이의 아빠 김영기(43)씨는 이번 순회공연은 “세계일주와 우리 것을 알리는 연주여행의 성격이 반반”이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세계여행이었어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고 할까요? 더 있다가는 꿈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는 강박이 들었지요. 한창 일할 때라는 말을 뒤집으면 여행도 그만큼 잘 할 때라는 말이잖아요. 더 잘 느끼고,더 잘 보고. 지금같이 왕성할 때 여행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속에서 사물놀이는 우리와 세계를 속깊게 소통하게 해 주는 계기라 할 수 있지요”
공새미가족사물놀이단은 아빠 김영기(북)씨 엄마 강성미(41ㆍ장구)씨와 딸 민정(15ㆍ꽹과리) 현정(5ㆍ장구)양과 아들 민수(12ㆍ징)군으로 구성된 가족사물놀이단. 큰딸 현정양이 초등학교에서 사물놀이를 배운 것이 계기가 되어 온 가족이 지하철ㆍ복지시설 등지에서 2년여째 풍물 공연을 해오고 있다.
`공새미`라는 명칭은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에 대한 사랑이 마르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아빠 김씨의 고향 제주도의 샘물 이름에서 따왔다. 사실 세계 여행이라는 말을 꺼내기는 쉬워도 막상 실현하려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당장 김씨는 18년간 다니던 안정된 대기업 직장을 그만뒀다. 한명당 1억여원에 달하는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도 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그동안 모아온 사재도 탈탈 털었다.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큰딸을 비롯해 학업 부담이 클 것 같은 3명의 아이들도 줄줄이 휴학할 예정이다.
“저와 제 아내는 이제 마흔줄에 들어섰고 인생의 중반을 넘긴 셈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것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해야 할 때이지요. 마음을 비우고 `쉬자`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다녀오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릴 것 같습니다.”
김씨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우리 풍물을 공연할 것에도 기대가 크다”며 “우리가족의 여행기는 틈틈이 가족 홈페이지에 올리고, 여행이 끝나면 이것을 묶어 책으로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연우기자 h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