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 어디까지] 핵심부문 신규진출등 허용
16일 열린 정ㆍ재계 간담회에서 정부와 재계간의 최대 쟁점은 출자총액제한제도다.
순자산의 25%를 초과하는 출자를 금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정부와 재계가 재벌정책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로 꼽힌다.
정부는 선단식 경영방지를 위해 기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신규사업 진출을 철처히 차단하는 지나친 규제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재계의 요구중 일부를 수용, '순자산의 25%'로 규제한다는 기본 틀은 그대로 두되 예외조항을 늘리는 등 각론을 다소 손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위 조학국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핵심역량을 강화시키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구조개혁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크게 구조조정ㆍSOC투자ㆍ외국인투자유치 등 3개 부문에 한해서만 출자총액제한의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이중 구조조정부문은 98년부터 2001년 3월31일까지 한시적용되기 때문에 시한이 끝난 사안이고 SOC와 외국인 투자유치부문은 비중이 떨어진다.
따라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한 핵심 쟁점사항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출자에 대한 적용시한 연장과 예외인정 범위 확대로 모아진다.
이와 관련 재계는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제한은 아예 폐지하고 ▦신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도 예외로 인정해주고 ▦분사기업에 대한 출자도 예외로 인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제한 폐지는 어렵다고 보고 만기가 끝난 예외적용 시한을 1~3년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신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의 예외인정. 현행 공정거래법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출자에 대해 출자제한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으나 기존 사업에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신규 진출분야도 허용되는지 구분이 불분명한 상태다.
두산의 한국중공업 인수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아직 판가름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신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예외로 인정할 예정이어서 두산그룹은 한중 인수 자금(3,057억원)에 대한 총액제한을 받지 않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기존의 핵심업종을 무조건 유지하라는 것은 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다"면서 "기존의 핵심역량이라고 해도 한계업종에 봉착했을 때는 신속히 새로운 핵심역량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업이 신규 진출한 사업분야가 핵심역량인지 아닌지 여부는 공정위가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핵심역량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고무줄'시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핵심역량은 동일계열에서 특정 사업이 전체 매출이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경우를 의미한다"며 "그러나 핵심역량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없고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직접투자기업에 대한 예외 인정도 재계외 산업자원부도 강력 요구하고 있어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 규정은 외국인이 최대 출자자이고 30%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경우로 국한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지분이 같을 경우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가 신규 사업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기업들의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투자가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
권구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