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4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꼴”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을 사전선거운동 혐으로 검찰과 선관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력대응하기로 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25일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내일(26일) 상임중앙위 회의를 열어 선관위 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운태 사무총장도 “이건 유감의 정도를 지난 망언”이라면서 “당내에서 법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26일 회의에서 법적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으로 내고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며 “검찰과 선관위에 수사 및 조사의뢰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사덕 원내총무도 “지난번 노사모 집회에서의 시민혁명 발언에 이어 똑같은 범법을 한 이상 그냥 지나갈수 없다”며 선관위 조사의뢰 방침을 시사했다.
이 같은 야권의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사적발언에 대한 생트집”이라며 반박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사적인 비공개 송별 오찬에서의 사적 발언을 가지고 선거운동, 선거법 위반 운운 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트집”이라면서 “가족들과의 대화도 시비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재정 열린우리당 총무위원장은 “식사하면서 안주거리로 한 말에 정치적 의미를 크게 두는 것 자체가 구태정치적 발상”이라며 “노 대통령은 출마자들에게 지역주의 탈피를 위한 새로운 각오를 강력히 주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에 대해 선관위측은 “정당에서 유권해석을 의뢰해 오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 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선거법에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으며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킬 분명한 목적이 드러나고 대상이 특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24일 내년 총선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윤훈열, 김현미, 서갑원, 박범계 전 청와대 비서관 등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한 축으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본기자,임동석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