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빅딜 반성론

정책평가위원회는 정부업무심사 평가보고서에서 빅딜이 단일법인 설립과 합병 중심으로 추진돼 업종 전문화에 기여하지못한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업종전문화는 정부의 재벌정책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다른 업종간 빚보증을 해소시키고 부채비율을 낮추며 부당내부거래를 규제하는 등의 조치도결국 업종전문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연결된다. 당초 정부의 빅딜 방향은 사업교환이었으나 기업의 이해다툼으로 변형된 것을 의미한다.그런데 정책평가위원회의 빅딜 중간평가에서 업종전문화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정부자체 평가지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알맹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종전문화는 물론 빅딜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경쟁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비록 항공기 철도차량 등에서 이질적인 기업들로 단일법인을 만들고 자동차나 발전설비에서는 합병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정도로도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을 해소하는 효과가 적지않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업종의 경쟁력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보고서도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데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압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들어가며 빅딜을 밀어붙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업종은 경쟁력향상은 커녕 부실이 더 심해지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니 보통 심각하지 않다. 그나마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사업구조조정이 속시원하게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반도체 빅딜은 이제 겨우 경영주체 발표가 임박했고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독려와 해당기업의 적극적인 이행자세가 요구된다. 다만 정부 스스로가 빅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과거 금융실명제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등 엄청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내부 평가작업이 결여되어 빚어진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7개업종의 빅딜이 기본 모양은 갖췄지만 정부의 정책여하에 따라서는 업종전문화 유도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업종전문화가 되지 않고서는 대기업의 경쟁력강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개인휴대통신(PCS) 케이블TV 철강 등의 빅딜이 남아있다. 2차빅딜에서는 해당기업의 자율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경쟁력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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