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차 윤리경영 선언

현대ㆍ기아차가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금품과 접대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의 윤리경영 방침을 선언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의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윤리경영이 자주 거론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립 서비스에 불과했고, 현대ㆍ기아차처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대ㆍ기아차가 밝힌 윤리경영 실천방안을 보면 고객권리의 존중 및 약속이행을 통한 소비자 보호와 협력업체와의 거래 시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입찰,전자입찰제를 실시하고 금품 향응 등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환경보호, 사회복지사업 확대, 투명경영을 통해 국가 및 사회발전 기여도를 높인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모두 윤리경영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지만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 등 접대를 받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공개입찰과 전자입찰제를 실시하고 구매윤리헌장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기업부패의 온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의 강도 높은 윤리경영 선언이 돋보이는 것은 기업부패의 본질과 가능성을 직시하고 현실성 있는 실천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윤리경영의 최대 수혜자는 말할 것도 없이 기업 자신이다. 모든 거래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짐으로써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납품업체와 소비자를 비롯한 시장의 신뢰가 높아져 기업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윤리경영을 통한 기업부패의 척결은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반기업정서와 빈부갈등, 퇴폐향락산업의 번창 등 우리 경제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기도 하다.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반기업정서도 따지고 보면 기업불신에서 비롯되고 룸 사롱을 비롯한 퇴폐향락산업이 갈수록 번창하는 것도 그릇된 접대문화와 기업부패의 산물이다. 이런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기업과 기업인이 사회적으로 존경 받고 기업환경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시장경제와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기업 자신은 물론 우리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현대ㆍ기아차의 윤리경영 선언이 정권교체기의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지 않고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못치 않게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도 중요하다. 기업들도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설 때가 됐다. 윤리경영이 바로 해답이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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