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 성매매는 국제범죄


미국ㆍ호주 등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성매매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 불법 마사지 업소 성매매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이 체포됐다. 우리나라 여성의 해외 성매매는 성매매가 합법인 호주 등은 물론 미국 같은 불법화 국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우리 여성들의 해외 성매매가 확대되고 이유는 뭘까. 우선 성매매가 이뤄지는 속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선 정부의 성매매 불법화 정책을 원인으로 꼽는데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대함,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업주와 브로커의 개입, 성매매를 사회적 거래관계에 이용하는 접대 관행ㆍ문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은 성차별 구조와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해외 성매매는 해당 국가의 관광산업, 해외 파견 군인, 대규모 남성 작업장이나 이주노동과 연관됐고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브로커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날 성매매도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호주 등서 심각한 사회문제

호주 로열멜버른 공대의 캐롤라인 노마 교수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는 1994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그런데 성매매에 뛰어드는 호주 여성이 크게 줄어 업주들은 성산업에 종사할 아시아 여성들로 빈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 호주의 성산업과 업주들의 필요에 의해 한국ㆍ태국 등 아시아 여성들이 유입됐고 그 과정에서 폭력ㆍ사기, 채무를 이유로 한 강압, 허위 광고 등 인신매매가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업주들과 브로커들에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는 여성 개인의 선택이 아니며 피해자의 동의와 관계없는 해악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해악으로부터 많은 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구제할 책무가 있다. 그래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 피해 여성이 불법적 채무와 강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왔으며 성매매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사회 관행ㆍ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 여성과 결혼 이민 여성 인권 보호에도 관심을 갖고 법률ㆍ의료ㆍ통역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돕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민간 전문가를 호주 민간단체에 파견하는 등 민간 차원의 협력을 통해 성매매에 종사하는 한국의 피해 여성을 식별해 지원하고 있다.

인신매매·인종차별 확대 막아야

여성가족부는 지난 5일 외국에서의 한인 여성 성매매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호주ㆍ미국ㆍ일본에서 성 착취 방지와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전문가들도 참석했는데 대부분 우리 정부의 성매매 방지정책을 높게 평가하고 우리나라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성 착취와 인신매매 근절에 주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남녀 간 불평등이 성매매 산업과 인신매매를 번성시키는 기반이고 국가 간 불평등은 가난한 국가의 여성을 호주 등 선진국에 유입시켜 인신매매와 인종차별을 확대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실라 제프리 교수의 언급은 우리나라 성매매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인신매매ㆍ성매매 등 국제 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과 팔레르모 의정서에 모두 서명했다. 폭력, 강압, 성 착취 등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제적 약속이다. 여성가족부는 성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국내 네트워크뿐 아니라 외국 정부, 비정부기구(NGO) 등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체계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