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명강의 열전] (5) 이재환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34년 기업경험 살린 수업방식 '진가'
5명 1조로 한학기 과제 수행, 무작위 발표·시간초과땐 감점… "CEO 설득위한 실전같아" 인기
사례 연구에 많은 시간 할애, 필드 경험 강의로 이해 '쏙쏙'… "대학교육 열매만 집착 아쉬워"

이재환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동국대 졸업반인 백지헌(경영학과4)양은 이번 학기에 이재환(63) 교수의 '기술혁신경영' 과목을 청강한다. 그는 지난해 1학기에 이 과목을 'B+' 학점으로 이수했다. 18학점을 이수하며 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 학기에 이미 들은 과목을 청강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내 "교수님이 졸업 후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백양은 지난해 2학기에 이 교수가 개설한 '리더십'과 '경영전략' 과목도 모두 들었다. 김혜림(경영학과4)양도 두 학기 연속 이 교수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김양은 "교수님 수업을 빼놓지 않고 듣는 학생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경영대의 '우수 강의 교수'로 선정됐다. 60대 노(老) 교수가 두 학기 연속으로 단과대 강의평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국내 대학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 교수의 교수 경력은 올해로 4년에 불과하다. 비결이 뭘까. 학생들은 "산업현장에서 직접 경영전략을 수립했던 이 교수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제를 잘 접목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전 같은 팀 프로젝트 방식=이 교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지난 1973년 삼성그룹에 입사, 1999년부터 삼성벤처투자와 삼성BP화학의 사장을 지냈다. 2004년 현역에서 은퇴하고 삼성SDI 상담역을 3년간 지내다 2007년 동국대 교수로 초빙됐다. 정년은 없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지금은 1년)이다. 기업인에서 교수로의 변신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임용 첫해에는 건강마저 안 좋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한 이듬해부터 자신만의 교수방법을 개발하면서 경영인 출신으로서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통상 3학점 과목은 한주 강의를 두차례로 나눠서 한다. 이 교수의 강의 원칙은 첫 시간에는 텍스트 위주, 두번째 시간은 팀 프로젝트 발표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다. 전반부 수업을 시작하기 전 10분 동안 퀴즈를 한다.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교재를 읽도록 하기 위해서다. 커닝을 하지 못하도록 두가지 형태의 문제를 내지만 시험은 '오픈 북(open book)'이다. 퀴즈 점수는 성적 중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학생들의 경우 팀 프로젝트에 치중하다 보면 교재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는데 퀴즈를 보기 때문에 이론 학습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팀 프로젝트는 이 교수 수업의 '백미'다. 5명이 한조가 돼 한 학기 내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매주 진행 상황을 발표하는데 발표자는 강의시간에 이 교수가 지정한다. 누가 발표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조원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게 된다. 팀별 발표도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ㆍ잠재고객과 엘리베이터에 같이 탑승했을 때 같이 있는 30초 동안 제품을 설명하는 것)'로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제한 시간 3분을 어기면 무조건 감점이다. 발표를 시작한 지 2분30초가 지나면 예비 종을 치고 3분이면 종료 종을 울린다. 이 교수는 "CEO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1~2분 내에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팀 프로젝트 방식에 후한 점수를 준다. 김양은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었는데 한 학기가 지나면 남는 게 무척 많다"며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다른 과목의 팀 프로젝트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풍부한 경험+철저한 강의 준비=이 교수는 삼성그룹에서 34년간 근무하면서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자동차ㆍ삼성벤처투자 등 주로 그룹 내 신설 회사에서 근무했다. 엔지니어로 입사해 상품개발ㆍ마케팅ㆍ홍보ㆍ영업ㆍ구매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은 좋은 강의 소재가 되고 있다. 한충석(행정학과4)군은 "이론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필드에서 뛴 경험을 이야기 해주니 이해가 쉽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철저한 강의 준비도 학생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이 교수는 강의할 교재를 수업 전에 2~3번 읽으면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다음 강의에 임한다. 백양은 "교수가 강의 준비를 했는지 아닌지는 학생들이 대번에 안다"면서 "(이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많이 노력하는 점이 에 보이고 또 애정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이 교수는 강의 때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 환경과 기업 상황이 급변하면서 최신 동향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연구를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미국 대학 교재를 구해 분석한다. 이 교수는 하버드대나 스탠포드대 교재는 너무 큰 사례 중심이어서 학생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면서도 "최근 들어 미국 대학 교재에서 GM 사례가 빠지는 등 현실을 빠르게 반영하는데 우리나라 교재들은 바뀐 게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평소 학생들에게 '손자병법' '사기열전' '한비자' 등 동양고전과 피터 드러커, 필립 코틀러, 로버트 카플란 등 석학들의 경영학 서적을 많이 읽을 것을 주문한다. 대나무가 죽순 때 굵기가 정해지듯 학부 1~2학년 때 풍부한 교양과 튼튼한 기초를 닦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요즘 대학 교육은 뿌리를 튼튼히 하지 않고 열매만 따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법, 논리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환 교수는


1948년 부산 출생. 부산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비서실 홍보팀장과 삼성자동차 상품개발실장, 삼성증권 전략홍보실장을 거쳐 삼성벤처투자 대표(1999~2002)와 삼성BP화학 대표(2003~2004)를 지냈다. 삼성SDI 상담역을 거쳐 2007년부터 동국대 경영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