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지예산 10% 이상 늘린다

금융위기후 첫 두자릿수 증액 120조 육박… 총예산 비중 30% 넘어설 듯
일자리예산은 7.6% ↑
성장동력 회복 실패땐 "나라살림 거덜 우려" 지적


정부가 내년도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증액하기로 했다. 복지예산의 두자릿수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총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중 역시 사상 최초로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나라 곳간을 열어 내년도 전체 예산 증가율을 당초 3.5%에서 5%대로 확대할 방침이지만 세수여건이 녹록지 않아 적자재정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성장동력 회복에 실패하면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말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차치하고 나라 살림을 거덜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내년 보건·복지·고용예산은 기초연금·4대연금과 같은 의무지출이 늘고 에너지바우처제도 신규 도입 등으로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120조원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총예산 대비 비중은 올해 29.9%에서 내년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9.3% 늘어난 106조4,000억원이었다.

복지예산의 두자릿수 증가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2009년에는 28조9,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복지예산이 당초 68조8,000억원에서 80조4,000억원으로 16.8% 늘었다.

내년 예산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5조2,000억원에서 내년 7조7,000억원, 국민·사학·공무원·군인연금 지출액은 36조4,000억원에서 40조3,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부터 새로 지원되는 예산에는 에너지바우처제도를 비롯해 65세 이상 어르신 독감 예방주사 무료 접종, 어린이 A형간염 예방주사 무료 접종 등이 포함된다. 에너지 바우처는 전기·가스·등유·연탄 등을 살 수 있는 쿠폰의 일종으로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가구 가운데 노인·아동·장애인가구 등 취약계층에게 보급될 예정이다.

일자리 예산은 13조2,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6%(1조1,000억원) 늘어난다. 이 중 청년 일자리 예산은 5,538억원으로 16.4%, 시간선택제 일자리사업 예산은 326억원으로 43.6% 각각 증액된다.

이 밖에 정부는 국회의원의 세비는 동결하고 사병들의 월급은 15% 올리기로 했다.

복지예산의 가파른 증가와 감축이 예상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확대 편성에 힘입어 내년 총예산은 올해(355조8,000억원)보다 5% 늘어난 373조5,9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확장적 재정기조를 통해 경기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하지만 경기여건이 녹록지 않은데다 물가마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낮은 상태여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균형재정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정권 마지막 해인 오는 2017년을 균형재정 달성 시점으로 잡았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현재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확장적 거시정책을 펴야 할 시점인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재정지출이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위한 것보다는 중소기업 지원 등 시혜성 정책에 머물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투자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