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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로웠다면 2009년부터 군에 배치될 예정이던 K-2 흑표전차가 양산에 들어간다는 소식입니다. 앞으로 두 달 뒤에 군에 첫 양산분이 인도된다는데요. 연말까지는 모두 15대가 납품될 예정입니다. 아쉬운 점은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워팩이 독일제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핵심 부품은 수입산을 달았으나 세계 최상품의 국산 전차가 배치된다는 소식이 반갑습니다. 우선 서울경제신문 6면에 실린 제 기사를 소개합니다.
[K-2 흑표 양산분 오는 6월 군에 첫 인도
배치 지연 5년 만에…독일제 파워팩달고
차기 전차 K-2 흑표가 오는 6월부터 군에 납품돼 최종 실전배치를 위한 야전 테스트에 들어간다.
14일 군과 방산업체에 따르면 국산엔진 파워팩의 신뢰도 문제로 전력화가 3차례나 지연되어 온 흑표전차에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한 초도양산분의 첫 완성품이 오는 6월 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군은 올해까지 15대의 흑표전차를 납품받아 0군단 예하부대와 기갑학교 등에서 야전테스트를 거쳐 중부전선의 기동부대에 실전 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초 흑표전차의 파워팩은 두산인프라코아의 엔진과 S&T중공업의 변속기가 결합된 국산 파워팩을 채용키로 결정했었으나 2년간에 걸친 보완기간에도 결점을 개선하지 못해 독일제로 대체됐다. 방사청은 국산 파워팩이 내년 초까지 성능 개선을 통해 군용으로 쓸 수 있는 신뢰도가 확보될 경우 2016년도 이후 2차 양산분부터 장착할 예정이다.
흑표전차는 1,500마력의 강력한 엔진에 6단 변속기, 미국 등 주요국가의 1선급 전차의 기존 전차포보다 포신 길이가 25% 긴 55구경장 120㎜ 전차포, 능동형 방어체계를 갖춰 공격력과 기동력, 방호력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전차로 평가되지만 국산 엔진팩의 성능 미달로 배치가 2009년부터 5년간 미뤄져 왔다.
정부는 당초 흑표전차 680대를 생산해 미국제 구형 M48A3·K3를 전량 교체할 예정이었으나 경제난과 북한의 기갑전력 약화, 군축 등으로 두 차례 축소된 끝에 전체 생산량을 200여대로 내려잡았다. 목표 생산량 감소와 외국산 엔진 수입에 따라 생산단가는 방사청이 지난 2009년 추정했던 78.1억원보다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구형 전차의 급속한 도태로 인한 전차 보유대수 급감과 주변국의 신형전차 개발에 대응하고 생산단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전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해 예산 증액과 국산 파워팩의 성능 여부에 따라 생산량이 재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생산수량입니다. 당초 680대를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축소된 끝에 200여대로 쪼그라들었죠. 가장 큰 이유는 재정에 있습니다. 5조7,800억원이 잡혔던 사업예산이 3조 7,854억원으로 줄면서 390대로 축소됐다가 이마저 여의치 않아 2조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여기에는 북한의 기갑세력이 노후화했고 군 병력의 감축으로 우리의 기갑세력도 자연감소분의 일부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실은 줄어든 생산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북한의 전차 전력이 노후했다는 정황만큼 신형전차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주적의 전력이 증강됐다면 대응전력의 보강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라는 점에서도 흑표의 생산이 늘어나야 할 근거가 있습니다. 국산 파워팩을 계획했으나 독일산 수입으로 대체한 마당이라면 당연히 단가가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더욱이 생산량이 200여대에 불과하다면 ‘규모의 경제’가 주는 이점도 날아가게 됩니다. 돈을 더 들이더라도 적정대수를 보유하는 게 군사적 이유 뿐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도 득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흑표의 가격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이트를 하나 찾았습니다. 인터넷 기네스북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차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http://www.guinnessworldrecords.com/records-7000/most-expensive-tank/
(The K2 Black Panther main battle tank is a completely new tank produced in South Korea. It will enter production in 2009 and, although originally some 680 were planned for the ROK army, currently the number has been reduced to 390. According to the Agency for Defence Development, the cost of a single tank is around 8,300,000 Korean won or approximately US$8.5 million (£5.96 million) making it the most expensive tank to date. It has a three-man crew, a 1,500 hp engine that enables the tank to achieve 70 km/hr (43.5 mph) on paved roads and 50 km/hr (31 mph) off-road, a 120 mm.55 calibre stabilised smooth bore gun and had has the ability to cross reviers up to 4.1 metres (13.45 feet) deep.)
중간에 830만원은 8억3,000만원의 오기로 보입니다만 그보다 더 큰 오류는 프랑스의 르끌레르 최신형은 90억원대에 이르고 독일의 레오파드Ⅱ전차의 A6, A7 개량형은 100억원대가 넘어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인터넷 기네스의 작성 시점이 2009년 이전이고 가장 비싸다는 정보도 틀렸지만 고가격대라는 점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획득단가를 낮추는 방법은 두 가지에 달렸습니다. 첫째, 국산 파워팩이 완성도를 높이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생산량 재조정이 필수입니다. 아직도 육군의 보병사단과 해병대의 전차대대나 전차중대에서 일선을 지키고 있는 M-48시리즈 가운데 90미리 주포를 사용 중인 M-48A3·K3를 대체하기 위해서도 생산량을 늘려야 합니다. 모두 484대가 생산된 K-1A1의 경우도 당초 계획보다 실제 생산이 늘어났는데요(이는 흑표의 배치 지연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흑표도 여러 측면에서 생산량에 대한 재검토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군과 국방과학연구소가 때론 욕까지 먹어가며 파워팩의 국산화를 시도한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기술 개발을 독려해 국내 기술 수준을 높이고 수출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만약 계획대로만 진행됐다면 흑표는 터키 뿐 아니라 페루 등 다른 나라에도 수출 길이 열렸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터키는 흑표의 기술을 기반으로 알타이 전차를 만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제바이잔, 콜롬비아에 대한 수출을 추진하는 판인데, 우리라도 못할 게 없습니다. 250대로 잡았던 알타이는 최대 1,000대 생산까지 바라본다고 합니다. 흑표의 생산을 200여대로 묶는다면 수출 가능성을 아예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군은 물론 예산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랍니다.
글이 길어집니다만, 흑표의 등장으로 기갑전력의 전반적 재편도 고려할 시기가 됐습니다. 90미리 주포를 단 전차들을 후방 등지의 해안포로 전용하고 105미리 주포를 달고 있는 K-1 전차의 120미리 저압포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장차 한국이 북한만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 더욱 필요한 사업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을 하나 더 달지요. 초도저율양산이라도 15대는 부족합니다.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미국은 100대 이상의 초도저율양산형 M-1전차를 갖고 혹독한 야전 테스트를 치렀습니다. 당연히 신뢰성이 높아지기 마련이죠. 1,027대를 생산한 K-1 전차도 야전부대에서 끝없는 개량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올해 생산분을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내 양산이 결정된 K-2 흑표 전차의 신속한 전력화와 해외시장 개척을 기원합니다./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