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사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의 옵션만기일 증시폭락과 관련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15일 말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정례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불공정거래행위나 동시호가제도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대응책을 주문했다고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진 위원장의 발언은 주식시장의 프로그램 매매와 파생상품 거래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매물을 쏟아낸 투자세력에 대한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며 "중장기적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비롯한 금융산업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의 규제를 가하는 게 적절한지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진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도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도 선물ㆍ옵션 증거금제도의 개선책 마련에 착수할 방침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맞춤형 서민금융 상담'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증권 창구 대량매도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사후) 증거금제도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사후증거금'제도란 옵션계약을 주문할 때마다 증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사전증거금제도와 달리 장 마감 후 남은 미결제 약정수량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필연적으로 과도한 투자를 유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는 적격 기관투자가들에 한해 사후증거금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나대투증권이 이번 증시폭락으로 890억원의 손실을 본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을 대신해 760억원의 증거금을 대납하게 된 것도 사후증거금제도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옵션만기일에 한 증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의 대량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제한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전에 신고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한 증권사가 프로그램 매물을 일시에 쏟아낼 수 있는 구조에서는 옵션만기일 폭락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