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3일 밤 연내 예산안과 부수법안, 주요 민생 법안 통과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정국 파행에 따른 준예산 사태 우려 등 자칫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치 리스크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됐다.
특히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인 2일을 넘기고도 아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새해 예산안을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질책이 이번 합의를 끌어낸 주요인으로 꼽힌다. 여야는 지난 9월2일 정기국회를 개회하고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라는 정치 이슈에 파묻혀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하는 등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야 지도부는 2일과 3일 세 차례에 걸쳐 3자회담을 갖고 핵심 쟁점이었던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는 계속 논의하되 국가정보원개혁특별위원회 설치와 운영은 민주당 뜻대로 하기로 합의했다.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야당의 뜻을 좀 더 수용하는 방향으로 접근해 대타협을 끌어낸 것이다.
당장 4일 오후부터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여야가 함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종합정책질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상임위원회 차원에서도 각종 경제 법안들이 심사에 들어가게 됐다.
여야가 국정원개혁특위에서 정보기관의 불법 정치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연내 제도화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깊다. 여야는 5일 본회의에서 특위 설치를 의결한 뒤 국정원 예산 통제권 강화, 국정원 부당 정보활동 통제, 정보기관의 불법 감청 형사처벌 강화,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구성원 등 공무원의 정치관여행위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연장, 사이버심리전 등의 활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이 국정원개혁특위의 위원장을 맡는 데다 특위에 입법권까지 부여돼 일정 부분 성과가 기대된다. 내년 6월4일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 공천 폐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개혁특위도 내년 1월 말까지 활동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예산안과 법안·세법개정안을 처리하고 국정원 특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큰 고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소위 박근혜 예산의 삭감과 부자증세 철회, 국정원 개혁 등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와 증세 반대 등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가 특검에 대해 “계속 논의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 국정원 특위 운용과 특검 문제가 계속 정쟁의 불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 대표는 “이미 국회예산정책처를 여야 예결위에서 예산을 꼼꼼히 분석해놨기 때문에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감액할 것은 하고 증액할 것은 증액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