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일 치뤄진 이탈리아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이 승리를 차지했다.
재정적자 감축 등 개혁과제의 수행이 지속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이날 이탈리아 주식시장은 장중 한 때 3.8%가 넘는 급등세를 실현했다.
AP통신이 25일 스카이 이탈리아TV의 출구조사결과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베르사니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35.5%의 득표율을 보이며 29%에 그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중도우파연합을 제치고 하원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전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19%의 지지율을 얻었고 마리오 몬티 현 총리의 중도연합은 9.5%의 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외신에 따르면 중도우파연합은 제 1당이 55%의 의석을 가져가는 하원 선거 원칙에 따라 과반 의석인 340석을 자동확보하게 됐다. 상원에서도 중도좌파연합은 최소 156석을 획득할 전망이어서 가까스로 다수당에 도달할 전망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은 21석을 차지하게 됐고 상원에서는 총 2석을 확보, 베르사니와 몬티 총리가 연정을 구성할 경우 상원에서 158석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로이터 통신은 "중도좌파연합은 하원에서 중도우파연합을 5.5%포인트, 상원에서 6% 가량 리드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확인됐다"며 "베를루니쿠스의 강세로 관심을 모은 북부 롬바르디 주에서도 좌파연합은 우파연합과 동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이탈리아 국민이 고통스러운 경제 개혁의 과정을 밟아가겠다는 결심을 나타낸 결과"라고 평했다.
민주당 주도 연정의 승리는 투자자들이 가장 바래온 결과로, 베르사니가 이끄는 민주당은 예산 감축에는 반대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추진해 온 몬티 총리의 각종 정책에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개혁 과제가 충실히 이행되기 위해 몬티 총리가 이끄는 정당의 좌석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바램은 실현되지 못했다. 런던 소재 베렌베르크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홀저 슈미딩은 "이탈리아 총선은 유럽의 재기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성장책이 존재하지 않는 이탈리아 경제의 순항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AP통신은 "이탈리아는 지난 10년간 평균 0.5%이하의 저성장을 보였다"며 "이탈리아보다 덜 성장한 나라는 짐바브웨와 유럽 중부 소국인 산마리노, 포루투갈 정도"라고 지적했다.
고성장이 뒤따를 경우 기업세, 소득세 등 정부 수입을 늘어나 증가세인 정부 부채의 무게가 줄일 수 있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이같은 개혁 과제의 수행이 더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P통신은 "유로존 가입 이전 이탈리아는 자국 화폐인 리라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증대를 꾀해왔으나 단일 통화권을 묶이며 이같은 수혜를 누릴 수 없게 됐다"며 "정치권 발 위기 재현 가능성은 덜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