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기름 값 담합 여부에 대해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기획재정부가 ‘담합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상반된 입장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 2007년 공정위가 부과한 담합 과징금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S-Oil의 경우 고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공정위가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20일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함께한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 토론에서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 간 담합 가능성은 높지 않고 다만 경쟁이 잘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유가 결정과정이 너무 단순해 정유사 간 가격차이가 나지 않아 오인할 여지가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재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공정위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정위와 정유사는 가격담합에 대해 지루한(8월28일 7차 공판)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며 5월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공개한 후 공정위는 가격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토론에 참석한 이복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정유회사의 판매 가격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수송비, 관세 및 수입부과금, 국내 유통비를 더해 소매가가 결정되는 투명한 구조”라며 “정유사 간 가격차이가 난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또 원유 가격과 국내 유가를 비교하면 반영시점에 다소 시차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큰 차이는 없으며 선진국들과 비교해 높은 수준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유가를 세전 가격으로 보면 한국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고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낮으며 물가나 구매력 등을 감안하지 않고 절대적 비교만 한다면 한국은 유가가 확실히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재정부는 이번 토론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이후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재정부는 “향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너지 사용행태 변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면서 “앞으로 유류세 정책방향은 장기적인 관점인 에너지 수요관리 측면이 많이 고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정부는 과거 환경오염에 크게 영향을 미치던 경유가 정제기술과 엔진 발달로 연비가 좋아져 만약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면 경유의 상대가격 비율(현재 휘발유 기준 85%)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