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애플 판결에 발칵 뒤집힌 美
스마트폰 혁신 지연… 제품값 더 오를 것[애플 특허소송 애국심 판결] 배상 평결 현지서도 논란스마트폰 25만개 특허기술모두 잠재적 소송목록 올라업계 "사실상 애플稅 도입" 제조업체 제품개발 어려움소비자 선택 폭 좁아질 것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에 내린 10억5,000만달러(1조1,9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배상 평결은 현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업계를 장악할 수 있는 거대한 승리를 거뒀다"면서도 "이번 판결로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이 늦춰지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 언론은 애플과 삼성전자ㆍ구글 등이 벌이는 특허전쟁이 점차 몸집을 불리면서 결론적으로 소비자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애플이 소송을 통해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려 한다며 "미국의 혁신 역사상 슬픈 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IT업계에서는 이번 평결을 계기로 IT업체 간 특허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IDC의 알 힐와 애널리스트는 "전부터 여러 IT업체들이 특허나 특허 보유업체를 사들여왔는데 이번 평결이 특허 평가액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마트폰 하나에 들어 있는 특허기술은 25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기술은 모두 잠재적으로 소송 목록에 오를 수 있다"고 이날 전했다. 각 기업이 특허를 사들이고 방어하는 데 쏟아붓는 막대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콜린 치엔 샌타클래라 법학대 교수는 "결국 모든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애플과 겉모습을 다르게 하는 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바로 이것이 애플이 소송에서 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 힐와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업계에 애플세(稅)가 도입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휴대폰 가격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궁극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리스토터 말렛 MDB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AP통신에서 "10억달러라는 배상금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며 "애플과의 분쟁을 두려워하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댄 길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역시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모두 인정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로써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파괴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업계에서 공정한 경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