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권력 싸움에 피멍드는 日 경제

간·오자와 총리직 대결로 시장 불안·정책 혼란 고조
"치킨게임 접고 경제 살리기 집중하라" 여론 들끓어


간 나오토 총리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장기 디플레이션과 엔화가치 고공행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일본 경제에 드리운 악재로 최근 한 가지가 추가됐다. 집권 민주당 내부의 권력 투쟁에 따른 정국혼란이다. 경제도 어려운 판에 정치까지 혼란스러워 지자 일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달 31일 간 나오토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이 총리직을 둘러싼 최종조율이 실패하면서, 일본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집권당 대표 선거의 결과에 따라 1년 만에 새 국가 지도자를 세 번이나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일본 대내외에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경제에 악재를 더하는 실정이다. ◇ '경제 살리기' 집중해라 = 일본 국민들은 민주당이 소모적인 권력 쟁탈전을 접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일 마이니치신문이 100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50명 이상이 민주당 정부가 엔고 방어책,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편성 등 경제현안에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정치문제로 발목이 잡힌 일본에 대한 언론과 시장의 시각도 냉담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두 사람의 대결을 '무모한 치킨게임'(양보 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을 '잘못된 사람'이라고 깎아 내렸다. 크레디스위스증권의 이치카와 신이치(市川眞一)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민주당 정권이 일본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정책적 능력이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치적 결정에 따른 어설픈 대책 = 간 총리는 지난달 30일 중앙은행을 통해 추가로 10조엔을 공급하는 3차 엔고대책과 9,200억엔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완전히 냉담했다. 엔화는 엔고대책을 발표한 이날 달러당 84.62엔을 기록, 전일에 비해 가치가 올랐다. 엔화는 1일 오전 한때 달러당 84.02엔을 기록하는 등 엔고대책 이후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도 닛케이지수가 31일 3.55% 폭락해 연중 최저점(8,824.06)을 기록하는 등 이번 대책 대한 실망감을 완연히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간 총리는) 경제적 판단 못지 않게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면서 "(영향력이 없는) 제스처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이케다 유노수케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간 총리는 오자와 전 간사장과의 대결국면에서 엔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꼬집었다. ◇ 선거 결과, 일본 경제에 영향 = 이처럼 두 사람의 대결은 일본 경제에서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14일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거래를 꺼리는 모습이 뚜렷하다"며 당분간은 증시에서 관망세가 우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지난해 중의원 선거공약과 소비세 인상문제도 다시 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재무상 출신인 간 총리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해 자녀수당, 고속도로무료화 등 주요 공약들을 현재 축소시행하고 있다. 반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자녀수당을 원래대로 2만6,000엔으로 올리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일본에서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공약들에 대한 논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간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할 경우 소비세 인상문제가 다시 공론화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민주당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결정적 이유로 지목되지만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오카다 가쓰야 외상 등은 재정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 총리가 선거 승리를 통해 오자와 전 간사장을 몰아내고 입지를 공고히 하면 국민을 대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설득작업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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