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빈관 숙박을 거부하고 도쿄의 한 호텔에 투숙하기로 하는 등 '국빈'을 무색하게 하는 행보로 일본 정부를 당황하게 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2박3일간의 국빈방문 기간에 이례적으로 영빈관이 아닌 도쿄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라고 17일 보도했다. 국빈 자격으로 일본을 찾는 외국 정상들은 통상 도쿄도 미나토구에 위치한 영빈관에 묵는다. 지난해 6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물론 지난 1996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마지막으로 국빈 방문한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이곳에 묵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호텔에 투숙하려는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합리성을 중시하는 성향상 이용하기 편리한 곳을 골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모처럼 미국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는 일본 입장에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행보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 6일을 앞둔 시점까지도 일본 도착시간을 확정 통보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3일 아베 신조 총리 주관으로 열 비공식 환영만찬의 세부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경비태세를 갖추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막판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일정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미일 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시작된 미일 TPP 각료급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도착시간을 23일 심야로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환영만찬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체류기간이 사실상 1박2일로 단축되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일정은 허울뿐인 국빈방문이 되고 만다. TV아사히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 비난을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TPP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일본에서 국빈만찬에 응할 경우 미 의회의 집중 비난을 받게 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