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통한 성장잠재력 확충힘써야"

백용호 공정위원장 "통화량 조절등 총수요 정책 탈피"
"시장 개방될수록 금리 연동불가피" 인하 필요성 시사

“통화량 조절 등 총수요 관리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아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클린플러스클럽 조찬강연에서 한국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며 내놓은 처방이다. ‘이명박(MB) 대통령 경제 과외선생’으로 불리는 그는 이날 강연에서만큼은 공정위 수장의 신분을 벗어나(?) 전공을 한껏 살렸다. 그의 강연은 먼저 ‘한국 경제의 현주소’부터 출발했다. “성장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설비투자도 포화상태(excess capacity)이고 저렴한 노동력 공급도 한계에 달했다. 반면 이를 보충할 기술 및 인적자본 개발, 생산성 향상 등은 크게 미흡한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처방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MB 정부의 경제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대외여건이 너무 안 좋아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외연이 크게 확대되고 있고 모든 것이 동조화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개방의 수준이 더해갈수록 우리나라의 금리도 (외국과) 연동시킬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백 위원장은 또 통화량 조절 등 총수요 관리정책과 같은 과거 경제운용 패러다임의 전환 과 규제완화 및 감세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제시했다. 정부도 시장에 일일이 개입하려 하지 말고 공정한 규칙 재정을 통한 시스템 가동을 유도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과거 서울대 이공계의 커트라인(최저합격점수)을 보면 지난 1960년대 최고 인기학과는 화학공학과ㆍ건축과ㆍ토목과였고 1970년대는 기계공학과, 1980년대는 전자공학과, 1990년대는 의대였다”며 “이런 변화가 1970년대 석유화학, 중동건설 붐부터 시작해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을 바꿔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산업이 먼저 발전하고 그쪽으로 우수한 인력이 가는 게 아니고 우수한 인력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것이 주력 산업을 만든다”며 “이렇게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의료ㆍ바이오 분야가 될 것”이라고 미래 유망 산업 분야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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