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병에 걸리는 이유

전립선염은 피로 쌓여도 발병옛날 사람들은 무언가 낫지 않는 병에 걸리는 것은 누군가의 죄 때문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염병이 돌면 하늘의 재앙이 내린 것이라 했고, 특정 몇몇 질병은 천벌 때문에 걸리는 병이란 뜻으로 천형이라 불렀다. 성서에 보면 예수가 여러 가지 병을 고치고 다닐 때 제자들이 눈먼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 "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은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크거나 작거나 간에 불구나 질병은 어떤 원죄로 인해 생긴 형벌이라는 의식이 묻어있다는 반증이다. 남성의 전립선 질환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자주 과다하거나 불결한 섹스가 전립선염을 가져다 주는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은연중에 전립선염이 무절제한 섹스라는 원죄에 대한 인과응보인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긴다. 무슨 일에서나 그렇듯, 인과관계가 항상 똑같이 정해진 일은 없다. 무절제하게 성을 즐겼을 것 같지 않은 성실한 남성에게서도 전립선의 문제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40세의 L씨는 2년 전부터 전립선 증상이 나타나 항생제 신세를 지던 끝에 전립선 세척을 위해 대전에서부터 찾아온 환자였다. 회음부의 불쾌감이 심해 비뇨기과에 갔다가 전립선염 진단을 받았으며 그 처치로 주사와 내복약으로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물론 처방은 효과가 있었고 불쾌감이나 은근한 통증, 뻐근한 기분이 사라졌으나 문제는 그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것이었다. 가내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일감이 일시에 밀려들면 자주 야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야근 한번 하고 나면 전립선 증상이 곧장 도지곤 했다.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도 늘어났고 나중에는 항생제만으로는 효과를 느끼지 못할 만큼 불쾌감이 지속됐다. 소변은 불규칙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드나들지만 정작 시원스레 소변이 나오지도 않았다. 자연히 부인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10회의 세척치료를 받으면서 모처럼 상쾌감을 되찾은 L씨는 이후에도 피로가 쌓인다 싶으면 찾아와 전립선 세척을 받고 있다. 치료 받는 태도를 보면 L씨는 대단히 성실한 사람이며 성생활 패턴도 문제가 없어보였다. 질병은 꼭 무슨 죄가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응징이 아니다.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는 불가피한 습관만으로도 전립선 질환은 찾아올 수 있다. 게다가 마흔이란 나이는 문득 찾아오는 불청객을 더 이상 소리없이 물리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이은주(대화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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