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27일 수원사업장에서 지역주민들까지 초청한 가운데 봄나들이 축제행사를 열어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참가자들이 피에로의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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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 수원에 자리잡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2008 삼성가족 사랑가득 봄나들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찾아온 임직원과 협력사, 주민들의 가족들이다. 해마다 5월5일 어린이날에 열렸지만 올해에는 참가대상을 늘리고 지역시민들까지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예년보다 날짜를 다소 앞당겼다.
회사 측에서는 당초 2만5,000명가량을 예상했지만 실제 참석자가 3만5,000명에 이를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성황을 이뤘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모두가 풀이 죽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번 행사를 다시 뛰어보자는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게 모두의 바람일 듯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참여대상을 관련 직원이나 협력사 등으로 제한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문호를 전면 개방한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삼성이 특검 사태 이후 쇄신안 발표를 계기로 국민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자세를 한껏 낮춘 삼성은 이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내부 혁신이 어느 정도 밑그림을 잡은 만큼 이제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를 하나둘씩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26일부터 ‘더 뛰고 더 땀흘리겠다’는 취지의 새 이미지 방송광고를 일제히 내보내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바로 6개월여 걸친 특검 수사로 실추된 삼성 이미지를 일신하고 새롭게 뛰는 삼성인들의 각오를 온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뉴 삼성’ 행보다.
새 광고는 ‘영화 50도의 시베리아에서, 모래 바람의 사하라 사막에서도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는 국민 여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한다. 광고에는 시베리아와 사하라사막ㆍ아마존 등 오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삼성 현장 직원들이 삭막한 환경과 맞서 싸우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감동적인 모습이 나온다. 시베리아에서는 삼성전자 직원이 휴대폰의 혹한기 테스트를 위해 영하 50도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기지국을 세우고 성능을 시험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 곳곳에는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다시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가 진하게 담겨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악의 환경조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일하며 견딜 수 있는 것은 국민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힘의 원천인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시 더 뛰고 더 땀 흘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22일 이 회장의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를 선언한 후 환골탈태의 발길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쇄신 각오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임직원 사기 진작과 분위기 일신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향후 삼성그룹은 오는 5월 말까지 사장단 등 임원인사를 마무리하고 계열사 자율경영을 본격화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실추됐던 국민 신뢰를 되찾고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어 ‘제3의 창업’을 가시화해나갈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여전히 삼성그룹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6월30일까지 이 회장 퇴진이 어떤 의미인지, 자율사 경영체제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