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성 경총회장/“노사정 힘모아 경제난 돌파하자”(월요 초대석)

◎정리해고제 즉각 시행해야 경영에 ‘숨통’/「퇴직금 중간정산 의무화」 요구 수용 곤란□대담=김성태 산업1부장 『우리나라에는 정치, 경제, 노동분야의 원로가 없어요. 그래서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취약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창성회장의 진단이다. 최근의 경제상황도 「취약한 위기대응력」이 큰 이유다.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할 시기를 놓쳐 시장조절 능력을 잃었고 기업들은 수출협의를 늦추거나 달러의 한은입금을 최대한 늦추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회장은 『금융공황이 발생하면 모두에게 더 큰 피해가 온다는 것을 인식해 재계차원에서의 환투기 자제는 물론 정부도 적극 나서야 환율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종교, 사회단체 등 각종 단체가 앞장서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을 2∼3개월간 자제토록 하는 등 국민계몽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또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은 뼈를 깎는 자성과 아픔으로 솔선수범하고 노사는 양보와 협조를 통해 앞으로 2년간 임금을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총회장에 취임(지난 2월)한 뒤 개정노동법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요. ▲경총부회장을 해봐서 노사관계를 다루는 일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의 공과가 금방 나타나지도 않고 분명하지도 않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보람을 가질만한 일이라고 봅니다. ­회장께서는 올해 개정된 노동법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과거 노동법에서 잘못된 게 많다는 것을 노사가 알면서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해 문제가 있었습니다. 개정노동법은 선진경제 도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미흡하지만 노사가 부분적으로 합의를 이루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법 이전에 서로에게 누적돼 있는 불신을 없애는게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시급합니다.○위기대응 취약 ­올해 노사관계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요. ▲전체적으로 안정기조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제3자 개입금지 규정이 없어지면서 3자지원 신고조항을 악용한 사례가 있었고 특히 노조가 상급단체나 제3자에 교섭권을 위임해 혼란이 야기돼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고용안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많았던 것도 특징으로 볼 수 있어요. ­바람직한 임금체계 개편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임금체계는 연공서열이 주류였고 특히 각종 명목으로 지급되는 수당이 많아 지나치게 복잡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연봉제는 이런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생산성과 연동되는 임금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란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는 능력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용불안이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기업부도는 노사 모두에 그 책임이 있어요.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 합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근로자는 고용불안을 걱정하기보다 생산성을 높여 부도를 사전에 막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실업자들을 위한 고용보험, 취업훈련, 취업알선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계의 무리한 고용안정보장 요구는 기업의 경영여건 개선노력을 어렵게 해 노사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봅니다. ­헌법재판소가 「퇴직금 우선변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자 노동계의 반발이 거셉니다만.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은 도산기업에만 적용되는 예외적인 것입니다. 그동안 퇴직금 총액의 증가에 따른 금융기관의 추가담보 요구로 모든 기업의 담보능력과 자금력을 약화시키고 있어요. 대기업의 경우 도산하더라도 법정관리나 제3자 인수 등을 통해 대부분 퇴직금이 보장됩니다. 이 판결에 대해 퇴직금 중간정산의무화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서 근로자들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면 도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임금채권보장기금도 극히 일부 도산기업 때문에 모든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근로시간단축 요구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프랑스 등 유럽 여러나라의 근로시간 단축을 들어 그런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잘못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실업률이 높아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재분배하자는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며 대부분 임금삭감이 뒤따르게 됩니다. 우리의 경우는 임금을 더 달라는 요구입니다. 임금삭감을 감수하며 일거리를 나누어야 할까요. ­경영계는 99년 3월로 시행이 보류된 정리해고제를 즉각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우리경제가 어렵고 대기업들의 잇단 도산에 따른 것입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인수합병한 기업이나 심각한 경영난에 몰린 기업도 2년간 정리해고를 할 수 없어요. 기업주에게 인사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능력급 전환을 ­최근 전경련에서 내년도 임금동결을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앞으로 2년간 임금을 동결해야 우리경제가 살아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국민전체의 동의없이 결정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어요. 사회지도층이 나서서 국민들을 설득한 뒤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노총과 공동으로 국민연금 개선방안을 건의했는데요. ▲국민연금은 방만한 기금관리, 관리기구의 부실한 운영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요. 특히 오는 98년 본격적인 전 국민 연금실시를 앞두고 기금고갈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에서는 보험요율 인상, 노령연금 수급연령 상향조정, 급여수혜폭 축소 등을 통해 개선하려고 하지만 이는 기업과 근로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근로자와 농어민, 자영업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요. 기금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연금기금의 정책결정 과정에 노사 당사자의 참여를 늘리는 등 근본적인 운영개선 노력을 해야합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복수노조 시대가 오게 되는데 경영측면에서 문제는 없을까요. ▲노동법 개정으로 상급단체 복수노조가 허용됐습니다만 이전에도 민주노총이 존재해온 이상 기본적인 노사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노동계의 어느단체, 누구와도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노사,공동운명 ­내년도 노사관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또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밝혀 주시지요. ▲올해 노사관계가 전반적인 안정기조를 보인 것은 사회전반에 증폭된 경제위기감 때문이지 성숙된 노사문화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내년에도 경기전망이 밝지 않기때문에 노사관계의 안정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단체협약을 갱신하는 기업이 많고 고용안정과 퇴직금중간정산 요구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노사관계의 현실을 적극 알려 안정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생각입니다. ­21세기 선진 노사관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사 모두가 합리적인 가치판단 기준을 갖고 자신의 주장을 펴고 정당한 상대방의 주장은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가 통하는 관계지요. 이런 관계는 노사가 대립관계에서 화합과 협력의 관계로 변화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또 노사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서로를 믿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정리=채수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