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덫'에 걸려들었나

"檢, 李 전행장 구속 노려 영장갈등 유도" 부석
法 "수사방해" 비난에 부실수사 덤터기 우려
차분한 대응 일관속 '반격카드'에 관심 쏠려

‘법원이 검찰의 ‘덫’에 걸렸다(?)’ 론스타와 관련한 법원ㆍ검찰간의 영장 갈등을 지켜보는 법조계는 일단 ‘검찰의 판정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두번씩이나 영장을 기각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 역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론스타는 검찰의 미끼(?)=검찰은 처음부터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신병확보를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구속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검찰이 대신 이 전 행장이라도 구속, ‘자백’ 등을 통해 론스타의 로비의혹을 규명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법원과의 영장 갈등을 의도적으로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 5월 영장청구가 기각됐던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5개월이 지난 뒤 추가 증거 없이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미스터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이미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영장기각→재청구→재기각’이라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법원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 법원을 최대한 압박, 선택의 여지를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이달 2일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영장심사가 예정돼 있던 날 이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했다. ◇중간정산 해보니=법원은 론스타에 이어 이 전 행장의 영장까지 기각할 경우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K변호사는 “검찰이 수모를 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론스타 3인에 대해 진짜 구속 의지가 있었다면 법원의 영장기준에 맞춰 충분히 자료를 제출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밑진 게 없는 장사’를 했고 법원은 법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수사방해’ ‘판사 맘대로’ 등의 부정적 여론만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또 검찰의 외환은행 수사가 흐지부지될 경우에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부실수사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법원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몰고 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은 ‘겨울(비난여론)’을 무사히 날 ‘식량(명분)’을 확보했는데 법원은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법원의 반격도 무섭다=그러나 법원도 일단 ‘원칙’으로 버텼고, 이는 장기적으로 인권수호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법원이 검찰과 달리 영장 갈등의 극한 상황에서도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멀리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법 원은 사법개혁과 맞물려 ‘영장심사 강화’ 카드로 검찰을 압박하는 등 장기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검찰 수사는 난항이 예상되며 ‘사법공항’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이 같은 기회를 십분 활용, 검찰의 구태수사를 부각시켜 사법개혁의 주도권을 잡으려 나올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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