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9일 문을 연 '부산 해운대 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내방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김경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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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되면 잊지 말고 꼭 연락주세요."
모델하우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내방객들에게는 어김없이 대여섯 명의 떴다방 업자들이 달라붙었다. 바쁘다며 손사래를 치는 고객들에게 명함을 떠안기다시피 하며 연락처를 집요하게 물었다. 호객행위가 심해지자 건설사 측에서 '모델하우스 내에서는 중개행위를 하지 말아달라'는 경고문구를 내걸었을 정도다.
지난 4~5년 전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동산 '활황기'의 모습이 부산에서 재연되고 있다. '온기' 차원을 넘어 '열기'가 뜨겁다.
29일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인근에 문을 연 GS건설의 '해운대 자이' 모델하우스는 내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1시께 모델하우스 입구에 들어서자 관람을 위해 늘어선 줄이 500m를 훌쩍 넘어 보였고 주차장 뒤편에는 30~40개의 떴다방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한 중개업자는 "오픈 시간인 오전10시에 나왔는데 그때부터 이미 400여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산에서는 청약 1순위에서 평균 7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된 아파트가 등장하고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내방객이 구름처럼 몰리는 등 지방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지난 28일 부산 사하구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당리 푸르지오'가 일반분양 162가구 공급에 총 1,156명이 몰리며 평균 7.14대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지 않고 대형을 제외한 중소형만 분양되기는 했지만 한때 '미분양의 늪'으로 불리던 부산 지역에서 1순위 청약마감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현지 건설업계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정일환 대우건설 현장소장은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기준 층 기준으로 벌써 2,000만원 넘게 웃돈이 붙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공급부족으로 내 집 마련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최근 저렴하고 입지 좋은 아파트들이 나오면서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리 푸르지오는 모델하우스 개관 당시 인파가 몰리며 부산에서 5년 만에 줄서기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부산 해운대 자이 역시 이 같은 청약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희석 해운대 자이 분양소장은 "GS건설이 부산에서 2년 반 만에 분양하면서 중소형 물량의 분양가를 최저 수준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전용 59㎡의 분양가는 2억원대 초반으로 인근의 해운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한편 다음달 청약이 시작되는 세종시의 첫마을 아파트 분양설명회도 지난주 대전에서 열렸는데 2,000여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주변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한데다 '정부 부처 이전'이라는 대형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돌고 있다. 최근 수원에서 분양 중인 '수원 STX 칸'은 3순위까지도 대거 미달사태가 벌어졌고 용인에서 오랜만에 공급된 삼성중공업의 '포곡 삼성쉐르빌'은 2순위까지 청약자가 거의 없었다. 다만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는 관심이 높아 지난주 분양된 서초구 서초동 교보타워 인근 '강남역 아이파크'는 33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계약률도 100%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