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총체적 난기류에 휩싸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비자금 사태가 정치자금 문제로 증폭되면서 재계 전체가 소용돌이에 빨려 들고 있다. 이와함께 손길승 전경련회장의 중도사퇴가 기정사실화 하면서 재계의 리더십까지 뿌리째 흔들리는 형국이다.
◇정치자금 파장 확산 우려 = 재계는 SK비자금 사태가 다른 그룹으로 확산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자금의 경우 어느 기업도 무관하다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다짐하고 있는데다 정치권의 `폭로전`이 가열될 경우 재계 전반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아직 검찰의 사정권에 추가로 들어간 기업은 없지만 정치권이 SK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치자금을 모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그 동안 기업과 정치권의 `검은 돈` 거래 관행으로 볼 때 정치자금 파장이 확대되면 재계가 그 충격파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자금은 고비용 정치구조와 불투명한 정책결정 구조가 빚어낸 부산물”이라면서 “정치자금 수사가 확대, 기업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불명예를 뒤집어 쓴다면 일상적인 기업활동도 위축될 뿐 아니라 투자나 신규 사업진출도 일시적으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 선출 싸고 혼선= SK사태가 확대되면서 손길승 전경련회장의 중도사퇴가 기정사실화 됐다. 손 회장은 SK사태가 발생한 후 퇴진의사를 밝혔으며 이 달 안에 퇴진이 공식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재계 내부의 갈등을 조율하고 기업인들의 결집된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해야 하는 전경련 후임 회장 선출이 쉽지않아 전경련의 표류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은 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빅3` 중 한 사람을 옹립하길 희망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절대로 안 하겠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또 조석래 효성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등이 거명되고 있으나 찬반양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새 회장 선출작업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와중에 재계 내부의 갈등이 치유되지 못하고 굳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