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법 ‘허점 투성이’

징계전 자진 퇴직땐 제재 수단 없어
법무부, 개선책 약속이후 감감 무소식

현직때 비리를 저지른 판ㆍ검사들이 퇴직후 버젓이 변호사 활동을 하고있지만 이를 막을 법규나 제재ㆍ감독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있다. 21일 법무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전ㆍ현직 판ㆍ검사들이 무더기로 연루됐던 ‘김홍수 법조 브로커’ 사건을 계기로 비리 판ㆍ검사의 변호사 활동을 차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입법예고 등 어떤 조치도 내놓지 않고있다. 김홍수 브로커 사건이 터지면서 P씨 등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2명이 현직 시절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서 드러났으나 현행 변호사법상으로는 이들의 변호사 등록을 취소할 길이 없다. 여기다 P씨처럼 비위 혐의가 중해 기소될 경우, 확정 판결 전까지 대한변협이 아예 징계심의 자체를 열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재판 당사자와 골프를 치는 등 향응접대를 받아 물의를 일으킨 군산지원 판사사건도 변호사법의 감독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이들 판사들은 대법원의 징계 직전 자진 사표를 내고 현재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문제의 판사와 관련해 “우리라고 변호사 등록을 받아주고 싶겠냐”며 “그렇다고 현행법을 어떻게 무시하겠느냐”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비리 판ㆍ검사의 퇴직후 변호사 활동을 걸러주지 못하는 문제의 법은 ‘변호사법 제 8조 1항 4호와 18조 2항’. 이 조항에 따르면 변호사 감독기관인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공무원으로 재직중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퇴직한 자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거나 이미 등록된 경우는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하지만 판ㆍ검사들은 재직중 비위 사실이 밝혀지면 법원이나 검찰의 징계처분을 무마하기 위해 자진 퇴직하는게 현실이다. 실제 내용은 위법행위가 들통나 법복을 벗은 것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자진 퇴직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변협의 최경원 회원이사는 “문제의 변호사법 때문에 비리 판ㆍ검사가 퇴직후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해도 막을 길이 없다”며 “법무부 등 관계 당국이 조속히 법 개정을 추진, 문제 판ㆍ검사의 변호사 시장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ㆍ검찰 모두 재직중 판ㆍ검사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자진 퇴직 대가로 징계 절차를 중단하는 게 관례”라며 “현행 변호사법으로는 문제 전관들의 변호사 개업을 사실상 제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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